"현수막 만들어야 하는데"···실종된 딸 찾다 사망한 故 송길용씨의 마지막 통화

송길용씨 지인 "사망 하루 전 송씨에게 전화 와"
"내가 먼저 죽으면 우리 혜희 꼭 찾아달라" 부탁도

2016년 6월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모임 주최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장기실종아동 및 송혜희양 찾아주기 캠페인’에서 송혜희양 아버지 송길용 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25년 전 실종된 딸 송혜희씨를 찾아 전국을 헤매다 결국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남긴 아버지 고(故) 송길용(71)씨가 사망 전날 지인과 통화에서도 딸에 대한 걱정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와 오랜 인연이 있다는 나주봉 ‘전국 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은 지난달 31일 YTN24에 출연해 “사망 하루 전에 송씨에게 전화가 왔다”며 “현수막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 걱정하는 이야기를 한 뒤로 연락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유족에게 부고 연락을 받은 현수막 업체 사장님에게 부고 소식을 듣게 됐다”고 전했다. 송씨는 지난달 26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아내는 우울증을 앓다 먼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의 딸 송혜희씨는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던 1999년 2월 학교에 공부하러 간다고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그러자 송씨는 1톤 트럭에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과 전단을 싣고 전국을 누비며 딸을 애타게 찾았다. 그가 전국에 뿌린 전단의 추산치는 1000만 장, 현수막은 1만 장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회장은 “1999년 딸이 실종되고 나서 송 씨 부부는 생업을 포기한 채 전국을 누볐다”며 “부인이 작고한 뒤 혼자 남은 송씨가 실종된 딸을 찾으려고 현수막과 전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폐지와 폐품을 수거했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생전 나 회장에게 ‘내가 먼저 죽으면 우리 혜희를 꼭 찾아달라’는 부탁을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나 회장은 “2~3주에 한 번 식사를 하면서 농담처럼 그런 말씀을 자주 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나한테 남기는 유언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송씨가) 트럭에 크게 (딸) 사진을 붙여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며 “술·담배도 모두 끊고 ‘혜희를 못 찾으면 못 죽는다’고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문예빈 기자 mu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