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 ‘명맥’ 끊기나?…학령인구 급감 [인구소멸]①
2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맞먹는다. 충격적인 숫자에도 사람들 반응은 냉담하다. "그래서, 뭐?"
통계는 건조한 숫자일 뿐이다.
하지만 숫자가 만들 미래는 상상 이상으로 위협적이다. 0.72명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어떤 경고를 보내고 있을까.
KBS는 국내 언론 최초로 전국 229개 시군구 인구 변화를 100년에 걸쳐 예측했다.
인구 절벽 시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가오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재 인구가 만들 미래, 0.72명 이후의 대한민국을 앞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인구소멸①] 올림픽 메달 '명맥 끊기나?'…학령 인구 급감
[인구소멸②] 미달 ▶ 폐과 ▶ 폐교…'벚꽃 엔딩' 현실로
[인구소멸③] 신교대도, 군부대도 해체…"나라 지킬 사람 없어요."
[인구소멸④] …
70m를 가로 지른 화살이 과녁 중심을 정확하게 꿰뚫는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여자 양궁 대표팀 막내 남수현 선수가 쏜 화살이다.
남 선수는 첫 올림픽 무대에서 위기 때마다 10점을 쏘며, 여자 단체전 10연패 영광을 만들었다. 개인전 은메달도 따냈다.
■ 올림픽 메달 명맥 끊길 위기…"제2의 남수현 없을 지도"
남 선수의 재능이 빛을 발한 건 초등학교 때였다. 양궁부 체험 활동으로 처음 활시위를 당겼고, 우수한 지도자와 체계적인 훈련을 거치며 빠르게 성장했다.
초등학교 양궁부가 없었다면 남수현 선수의 오늘도 없었다.
허명옥/전남 순천성남초등학교 양궁부 코치
"보통 초등학교 3, 4 학년 때부터 양궁을 시작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기본기를 탄탄하게 만들고, 꾸준히 체력 훈련도 하고요.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최근 이 학교 양궁부 운영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저출생 여파로 학생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남 선수 재학 당시인 2016년, 이 학교 학생 수는 313명이었지만 8년이 지난 지금은 절반이 넘게 줄어 고작 137명에 불과하다.
이 학교 양궁부는 주변 다른 학교까지 찾아다니며 선수 발굴에 나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남수현/파리올림픽 양궁 메달리스트
"운동을 계속하면서 후배들이 조금 적어진다는 걸 느끼긴 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을 몰랐어요. 만약, 학생들이 점점 없어지면 한국 양궁에 위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꿈나무들이 치고 올라와야 하니까요."
■ 파리올림픽 메달리스트 배출 학교 36곳 중 22곳 '학생 수 반토막'
양궁 3관왕 김우진 선수 모교, 충북 옥천 이원초등학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경모 선수를 배출한 것은 물론 우리나라 양궁 올림픽 금메달 32개 중 7개를 달성한 명문이다.
하지만 최근 학생 수가 33명까지 줄어, 양궁부는커녕 학교 존폐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배안식/충북 이원초등학교 교장
"저출생 여파 때문에 면 단위 학교 학생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앞으로 3~4년 뒤가 문제입니다. 지금 1학년 전체 학생 수가 3명밖에 되지 않거든요. 어느 학교나 다 똑같은 조건입니다."
파리올림픽 첫 메달을 안긴 금지현 선수 모교, 울산 약사 중학교도 30년 전통을 자랑하지만, 선수 발굴에 애를 먹을 정도로 학생 수 감소가 심각하다.
송여정/울산여상 사격부 코치(금지현 선수 지도)
"(중학교에서) 올라오는 학생 수는 줄었어요. 예전에는 (사격부 학생이) 8, 9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저희가 전학생 받아서 5명이거든요. 인원 수가 없으면 확실히 훈련이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 "24년 뒤 교실 10,000개 사라진다"…폐교 위기 가속화
상황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 KBS는 국토연구원과 함께 전국 초등학교 입학생 수를 최대 100년까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올해 처음으로 40만 명 선이 무너진 전국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4년 뒤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20명인 것을 고려하면, 교실 10,000여 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학교마다 비인기 종목에서 학생 스포츠의 역량을 키워온 운동부들은 학교 폐교 위기와 함께 명맥을 유지하기가 어려질 수밖에 없다.
마을의 중심 역할을 하던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 사회가 붕괴될 가능성도 크다.
차미숙/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학교는 지역 사회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고 폐교가 되면, 이는 지역 사회에서 일종의 '깨진 유리창' 효과를 일으키게 됩니다. 지역의 공간 구조를 빠르게 황폐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거죠."
홍인기/교육정책 비평가
"지금 이대로 학생 수가 더 내려가는 게 맞는 지, 그렇지 않은지, 이 논의를 저희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랜 시간 유지해온 교육 시스템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0.72명이라는 사상 최저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대한민국,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우려하고 있다.
전국 229개 시군구의 미래 인구 100년 데이터를 활용한 보도는 내일(9월 3일)도 계속된다.
☞ KBS는 국토연구원과 심각한 인구 소멸 실태를 알리기 위해, 전국 229개 시군구의 100년 인구 변화를 담은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를 개설해 9월 5일부터 공개합니다.
☞ 본 기획물은 경상남도 지역방송 발전지원 사업의 제작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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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김효경 기자 (tellm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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