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자위대 헌법 명기’ 개헌안 승인… 9조2항 수정 추진

강구열 2024. 9. 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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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총재 선거 앞두고 속도
새 총재 선출 후 총선 실시 유력
선거 대비 보수층 표심 결집 포석
‘포스트 기시다’ 후보 대다수 찬성
자민당 단독으로는 개헌 힘든데
연립여당 공명당 신중, 野1당 반대
여론도 “개정 필요없다” 75% 답변
일본 집권여당 자민당이 2일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을 마련했다. 전쟁포기와 전력 불보유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자위대 위헌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오래된 의지를 현실화하기 위한 조치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오는 27일 차기 총재 선거 뒤 국회를 해산해 총선을 치르는 안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조차 이 같은 내용의 개헌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실제 관련 논의가 어느 정도 진척될지는 미지수다.
일본 집권여당 자민당이 2일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을 마련했다. 사진은 지난 5월 일본 육상자위대가 시즈오카현 히가시후지 연습장에서 실시한 최대 규모의 화력 훈련 '후지종합화력연습' 중 헬리콥터에서 장병들이 내리고 있다. 고텐바=교도연합뉴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자민당은 헌법개정실현본부 회의를 열어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과 관련된 논점을 정리한 안을 승인했다. 정리된 안을 토대로 자민당은 다른 당과의 조문화 논의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은 “현행 헌법 9조를 유지하고, ‘9조 2항’에 자위대를 추가하는 안을 축으로 한다”고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중의원(하원), 참의원(상원)에서 3분의 2의 찬성을 얻고,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개정을 현실화하는 단계에 들어갔다”며 “논의만 하던 시간은 끝났다. 이제부터의 대응은 (27일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뽑히는) 새 총재가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재해, 무력 공격, 전염병 확산 등 긴급 사태 시 국회 의결 없이 법률과 동일한 ‘긴급정령(政令)’을 내각이 결의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담았다.

일본 헌법 9조는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무력 행사의 영구 포기를 규정하고 있다.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국가의 교전권을 부인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1945년 패전 후 연합국최고사령부(GHQ) 주도 아래 만들어진 것으로 이 조항에 따라 ‘평화헌법’으로 불리지만 자위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는 해석이 있어 일본 보수층에서는 꾸준히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기인 2018년 3월 자위대 헌법 명기, 긴급사태 대응 등 4개 항목을 핵심으로 한 시안을 마련했다. 이날 자민당이 승인한 안은 여기에 기초를 두고 “필요한 자위의 조치를 담당한 등신대(等身大)로서의 자위대를 명기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개헌 논의를 “단숨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기시다 총리는 이전에도 개헌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달 7일 열린 헌법개정실현본부 회의에서 자위대 헌법 명기를 “시급하게 정리해야 하는 논점”으로 규정하며 논의를 재촉했다.

‘포스트 기시다’를 노리는 유력 후보들도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 강하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과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다투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전 환경상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투표를 하루라도 빨리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최근 출판된 자신의 책에서 전력 불보유를 규정한 조항을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꿔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디지털 담당상은 지난달 26일 총재 선거 출마 회견에서 “헌법 논의를 확실히 진전시켜 가능한 한 빨리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강경파로 분류되는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경제안보 담당상은 “헌법 개정은 피해갈 수 없다. 당연히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 담당상은 “일본인 손에 의한 새로운 헌법 제정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며 개헌에 적극적이다.
일본 육상 자위대가 상륙 훈련을 진행 중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 내 개헌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고, 여론도 호의적이어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장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신중한 입장이다.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공명당 간사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발의되는 것으로, 자민당 혼자선 할 수 없다”며 “다른 정당을 어떻게 설득하고 정리할 것인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의 과제”라고 말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개헌 논의 자체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 국회를 해산해 총선을 치를 경우 달라질 각 당별 의석수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론도 개헌에 우호적이지 않다. 진보 성향인 아사히신문이 지난 2∼4월 3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헌법 9조를 바꾸지 않는 게 좋다’는 응답이 61%로 지난해 조사 때의 55%보다 높아졌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3∼4월 3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헌법 9조 1항은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75%에 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헌법 개정을 향한 (국회)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야당인 입헌민주당이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어서 구체적인 문안 작성에도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총재가 바뀌게 되면서 중의원 해산 후 총선거를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며 “개헌을 위한 작업을 진전시켜 지지기반인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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