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영끌에 높인 은행 문턱… 2금융권 `풍선효과` 조짐
신용대출 쏠림현상 위기감 고조
차주 수요 농협 등 이동 우려도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한 달 새 10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 속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21년 수준을 넘어 역대급으로 불어난 것이다.
9월부터 수도권 중심으로 대출을 더욱 옥죄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막판 대출 수요가 몰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주담대 문턱을 높이는 등 대출 조이기를 지속하는 가운데 신용대출로 쏠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된다. 인터넷전문은행뿐만 아니라, 상호금융권과 보험사 등 제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면서 정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한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과 주담대 증가 폭이 동시에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725조3642억원으로, 전달(7월) 715조7383억원보다 9조6259억원 늘었다. 5대 은행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16년 1월 이후 시계열 중 가장 큰 월간 증가 규모다. 지난 2021년 4월(9조4195억원)보다도 약 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568조6616억원)은 7월 말(559조7501억원)보다 8조9115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역시 2016년 이후 월간 증가 폭이 최대 규모였다. 특히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자, 신용대출까지 끌어쓰는 차주도 늘어났다. 지난달 신용대출은 103조4562억원으로 한 달 만에 8494억원 늘었다. 이는 3개월 만에 반등한 규모로, 향후 주담대 조이기 등에 신용대출 쏠림 현상이 지속할 우려도 커졌다.
은행권은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에 쓰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도 줄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마이너스통장을 신규 개설할 경우 기존 1억~1억5000만원이었던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다른 시중은행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수요 억제 효과와 함께 상호금융권, 새마을금고, 보험업권 등 풍선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2금융권에서 대출 감소세가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영끌족 수요가 대거 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다.
우선 당국은 농협과 신협과 새마을금고, 보험업권의 가계대출 증감과 함께 선행지표인 대출 신청 건수를 하루 단위로 점검할 방침이다. 일일점검 결과 대출 증가세가 과도할 경우에는 간담회 등을 통해 자체 포트폴리오 조정을 요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 조이기에 맞춰 인터넷은행도 한도 축소 등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오는 3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목적 주담대 대상자 조건을 기존 세대 합산 기준 '무주택 또는 1주택 세대'에서 '무주택 세대'로 변경한다.
주담대 대출 만기도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에서 30년으로 축소하며, 임차보증금 반환이나 기존 대출 상환목적이 아닌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는 1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향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대출을 최대 한도로 받으려는 대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을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금융권에서는 아직 뚜렷한 대출 증가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차주들이 이동할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로 주담대 가산금리 등을 상향 조정하면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의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기준 최저 3.54%로, 시중은행보다 0.11%포인트(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대체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하면서 최근 국고채 금리 하락에 따라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은행들이 대출 조이기에 거듭 나서면서 보험사보다 금리가 높아지는 현상도 보였다.
금융당국은 향후 2금융권 일일점검 등 대출 현황을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영끌족 수요가 급증할 경우 제도 개선 등 추가 조처에도 나설 방침을 세우고 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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