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高의 늪… 가계 여윳돈 최장기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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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타서 이자,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하네요."
지리하게 이어져온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늪에 빠져 가계 여윳돈이 8분기 연속 쪼그라든 탓이다.
감소 폭도 작게는 1.0%에서 많게는 3.9%에 달했다.
부진한 실질소득과 늘어난 이자비용 등은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흑자액 감소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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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로 이자 비용도 늘어나
당분간 내수 회복 가능성 낮아
"월급 타서 이자,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하네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생활고를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지리하게 이어져온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늪에 빠져 가계 여윳돈이 8분기 연속 쪼그라든 탓이다. 쓸 돈이 없다보니 내수는 위축되고, 경제는 수출에만 의존하는 아슬아슬한 '외발 주행'을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하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구 흑자액(전국·1인이상·실질)은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8000원(1.7%) 감소했다. 가계 흑자액은 2022년 3분기부터 8분기째 줄고 있다. 2006년 1인 가구를 포함해 가계동향이 공표된 후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다.
흑자액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고물가로 쪼그라든 실질소득이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2년 중 4개 분기 동안 가구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줄었다. 감소 폭도 작게는 1.0%에서 많게는 3.9%에 달했다.
고금리로 늘어난 이자비용 역시 흑자액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다. 이자비용은 2022년 3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2022년 2분기 8만6000원에서 올 1분기 12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부진한 실질소득과 늘어난 이자비용 등은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흑자액 감소로 이어졌다.
쪼그라든 가계 여윳돈은 결국 가계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화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년 전보다 2.1% 줄었다.
고금리·고물가에 가계 여윳돈이 줄고 악화한 가계 소비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자, 가계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산출하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98.4로 전달보다 0.6포인트(p) 하락했다. 5개월째 하락세로 수준 자체는 2021년 2월(98.2)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저치다. 내수 위축이 경기 전반의 활력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정부는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증가 등을 근거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환율 변동성이 높아진 것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내수에서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며 이를 보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반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침체가 주요인 중 하나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가 좋아질 만한 요소가 특별히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하가 경기 반등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시장에 반영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경기 위축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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