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맛있어요" 리뷰 넘쳐나더니…소문난 맛집의 '배신'

김대영 2024. 9. 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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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도 않고 "이 집 잘해요"…'온라인 리뷰 품앗이' 만연
리뷰 건당 500~1000원에 거래
영수증·음식 사진 등 전달받아
직접 다녀온 것처럼 리뷰 작성
숙박·뷰티 업종도 리뷰 품앗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 동료가 맛집이라고 해서 가봤는데 진짜 맛있었어요. 곰탕만 먹기엔 배가 안차서 설렁탕까지 먹으니 행복했습니다." 서울의 한 곰탕집을 다녀온 방문자가 남긴 것 같은 이 후기는 실은 '진짜 리뷰'가 아니다. 리뷰당 500~1000원을 지급하는 조건에 따라 작성된 거짓 후기다.

건당 500~1000원에 거래되는 '허위 리뷰'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선 네이버 영수증·카카오맵 등에 리뷰를 달면 건당 500원,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해 예약을 한 다음 리뷰 작업을 한 경우 건당 1000원을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 방 참여 인원은 200명이 넘는다. 

후기 작업은 대부분 네이버 플레이스를 대상으로 한 '영수증 리뷰'로 이뤄진다. 오픈채팅방 관리자가 영수증·음식 사진을 올리면 방 참여자들이 '1', '2'와 같이 번호를 적어 올린다. 한 명만 참여할 수 있을 땐 1을 적은 사람이 리뷰를 단다. 네이버는 영수증을 인증해야 식당 리뷰를 달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이 점을 이용한 것이다. 

오픈채팅방은 꽤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공지사항을 보면 영수증 리뷰는 전달한 당일 모두 작성해야 한다. 입금은 2주 단위로 정산된다. 참여자들은 공지사항 댓글을 통해 실명과 계좌번호를 적어 놓는다. 손쉽게 용돈벌이 할 수 있다는 문구로 이 같은 허위 리뷰어를 끌어모으고 있다. 

이 방을 통해 지난달 말 작성된 식당 리뷰들은 현시점에도 여전히 네이버 플레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리뷰 클렌징 시스템'을 이용해 허위 방문인증, 광고성 리뷰 작성 등 이상 패턴이 탐지되면 별도 통지 없이 해당 내용을 즉시 가림 처리한다. 그러나 2일 현재 기준으로 약 1주 전 허위 리뷰도 계속 노출되고 있다. 

숙박·뷰티 업종선 '예약 리뷰' 품앗이 활발

예약 리뷰의 경우 주로 펜션 같은 숙박시설이나 미용실에서 이뤄진다. 네이버를 통해 예약을 한 다음 사업자가 '이용완료' 처리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는 빈틈을 노린 것이다. 

미용실 후기 작업을 하는 오픈채팅방에선 '품앗이' 형태로 예약 리뷰가 이뤄진다. 리뷰를 원하는 미용실이 톡을 올리면 후기를 달 수 있는 참여자가 1대 1 채팅으로 연락하는 식이다. 채팅에서 예약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고 해당 시간대에 예약한 뒤 이용완료가 뜨면 후기를 남긴다. 

네이버 플레이스 서비스에서 상위 노출이 될 수 있도록 서로의 사업장을 검색해 해당 페이지에서 일정 시간 체류해주는 방식의 품앗이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네이버 측은 "플레이스 랭킹이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고 있어 이 같은 방식이 유효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탭 검색창에서 '리뷰'를 검색하면 리뷰 품앗이 방들이 곧바로 눈에 띈다. 여기에선 네이버뿐 아니라 쿠팡, 당근마켓,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을 대상으로 한 리뷰 품앗이 방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가 많은 주요 플랫폼 업체인 네이버에 대한 소상공인 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네이버만의 문제는 아닌 셈이다.

리뷰 신뢰도 하락 땐 '콘텐츠화' 난관 예상

네이버는 플레이스 이용정책을 통해 직접 촬영하지 않은 영수증을 카카오톡·라인·네이버밴드 등으로 전달받아 리뷰를 올리는 행위를 '거짓 인증', '리뷰 조작'으로 규정하고 있다. 플레이스 서비스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해당하는 행위가 적발되면 해당 내용을 미노출 처리하고 리뷰를 올린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제한한다.

서비스 이용시 리뷰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리뷰 거래·품앗이가 계속해서 방치되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용실을 찾을 때 더는 리뷰를 참고하지 않는다는 서울의 한 20대 대학생은 "요샌 리뷰 이벤트를 하는 곳도 많고 진짜 리뷰라고 느껴지는 후기도 보기 어려워서 지도 검색으로 나오는 리뷰를 보고 선택하진 않는다"고 했다. 점심·저녁 식사 미팅이 많은 한 30대 직장인도 "식당 밑에 달리는 리뷰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플랫폼 업계에선 리뷰도 일종의 콘텐츠로 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처럼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리뷰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이 같은 시도는 무위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플레이스는 신뢰도 높은 리뷰 문화를 만들기 위해 리뷰의 본래 목적이나 취지에 반하는 행위를 이용정책에서 금지하고 있다"며 "다양한 어뷰징, 금지 행위를 탐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듈을 운영하고 탐지될 경우 자동으로 계정 경고 또는 리뷰를 미노출 처리하는 방식으로 지속 모니터링한다. 관련 모듈도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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