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통과…“간단한 삽관 정도는” 간호사에 맡기자고? [왜냐면]

한겨레 2024. 9. 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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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간호법에 대해 "간단한 삽관 정도는 진료지원(PA) 간호사가 할 수 있게 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의가 사라지고 간호사가 의사의 역할을 하게 되면, 이제 어려운 수술은 선진국으로 가서 하게 하고, 삽관처럼 쉬운 것은 간호사에게 맡기고, 생명이 걸려있는 필수 의료는 일주일 이상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죽게 하고, 일반의들은 쉽고 편한 일만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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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수술실 인근에서 의료진이 인큐베이터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근 | 60대·대전시 중구

최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간호법에 대해 “간단한 삽관 정도는 진료지원(PA) 간호사가 할 수 있게 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삽관은 환자의 생명이 좌우되는 어려운 기술이다. 숙련된 의사들도 긴장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의사는 김상훈 의장의 말이 “비행기 이착륙을 승무원도 할 수 있게 하도록 하자”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착륙은 조종사들에게도 가장 어려운, 승객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일어날 것 같다. 농담이 아니라, 전공의인 딸과 사위를 보면서 피부로 느낀 것이다. 사위는 신경외과, 딸은 재활의학과 레지던트인데 3년 차를 앞두고 휴직했다. 휴직 기간이 길어지자 둘은 전공의 과정을 포기하겠다고 한다. 둘뿐만이 아니라 많은 전공의들이 그런 분위기라고 한다. 국가가 의사를 범죄 집단으로 몰고, 국민이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는데, 왜 힘든 과정을 견뎌야 하느냐고.

딸, 사위는 일주일에 한두 번 36시간 연속 근무를 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그 다음 날 저녁에 퇴근한다. 퇴근해서도 급한 연락이 오면 새벽 한두 시에도 나간다. 이런 와중에 틈틈이 연구해서 한 달에 한두 번씩 발표하고 논문도 쓴다. 전문의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인간으로서 거의 불가능한 일 같은데 그걸 견뎌낸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심지어는 “죽고 싶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휴직이 길어지면서 이런 생활에 회의가 들었다. 의사를 이익만 추구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아가는데 왜 그렇게 잠도 못 자고 죽을 것처럼 괴로운 전공의 과정을 밟아야 하는가? 일반의로 위험하지 않은 일만 슬슬 해도 두 배 이상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데 왜?

이국종 교수가 앞으로 우리나라에는 전문의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 같다. 지금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이국종 교수의 말이 현실이 될 것이다. 의대생들의 교육이 1년간 방치되고, 전문의가 1년간 배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학 이론에 대한 연구마저 중단된 지금, 대한민국의 의료는 1년이 아니라 10년 이상 뒤처질 것이다.

전문의가 사라지고 간호사가 의사의 역할을 하게 되면, 이제 어려운 수술은 선진국으로 가서 하게 하고, 삽관처럼 쉬운 것은 간호사에게 맡기고, 생명이 걸려있는 필수 의료는 일주일 이상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죽게 하고, 일반의들은 쉽고 편한 일만 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원하는 ‘편하고 살기 좋은 나라’ ‘승무원이 비행기 이착륙시키는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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