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배려는 불공정” 김포시의 황당 논리 [왜냐면]

한겨레 2024. 9. 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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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입찰을 거쳐 카페를 열었다.

2019년 김포시는 시청 지하에 카페를 설치하기로 했고, 파파스윌은 공개입찰을 거쳐 2020년 1월 지역사회 발달장애 청년들을 고용해서 '달꿈카페'를 열었다.

김포시청 달꿈카페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세종청사, 광역시·도 청사 등 전국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건물에 개설한 카페인 '아이 갓 에브리씽'의 김포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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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9일 김포시청 앞에서 ‘김포시청 내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 불공정 입점에 대한 공동대응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파파스윌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이용갑 | 파파스윌 조합원 가족

공개입찰을 거쳐 카페를 열었다. 시설투자를 하고, 손님이 드문 기간을 견뎌서 수익이 나고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런데 건물주가 계약 기간 종료와 리모델링을 이유로 나가라 했다. 수리가 끝나면 전처럼 공개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권리금’ 없이 빈손으로 나왔다. 하지만 몇 개월 후 그곳에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수의계약으로 카페를 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는 ‘갑질 건물주’와 ‘쫓겨나는 영세 자영업자’ 이야기 같지만, 경기 김포시와 사회적협동조합인 ‘발달장애인 지원네트워크 파파스윌’의 사연이다. 2019년 김포시는 시청 지하에 카페를 설치하기로 했고, 파파스윌은 공개입찰을 거쳐 2020년 1월 지역사회 발달장애 청년들을 고용해서 ‘달꿈카페’를 열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발달장애 청년들이 만든 커피와 음료는 호평을 받게 되었고, 손님이 늘어 순익이 발생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김포시청 달꿈카페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세종청사, 광역시·도 청사 등 전국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건물에 개설한 카페인 ‘아이 갓 에브리씽’의 김포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23년 하반기 김포시는 지하 공간 재활용과 리모델링을 이유로 ‘파파스윌 사회적협동조합’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다시 카페를 하게 된다면 공개입찰을 통해 재입점 기회를 주겠다’라는 구두 약속만으로 카페 문을 닫게 했다. 그러나 2024년 상반기 김포시는 공지나 공개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를 입점시켰다. 기업 프랜차이즈의 커피값이 저렴하여 김포시청 직원들이 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애인 고용을 위한 사회적 배려’ 대신 ‘직원 복지’를 명분으로 내세운 김포시의 해명은 결국 시민 중에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시민을 위해 일하는 시청 직원이라는 두 집단을 갈라치고 대립시키면서 시민 화합을 해치는 것이다. 직원 복지를 위해서는 밀실행정조차 괜찮다는 발상도 이해할 수 없다.

자신들의 밀실행정을 덮기 위해 ‘직원 복지’와 ‘장애인 배려’를 대립시키는 행정에 항의하자 김포시는 “장애인 배려는 비장애인에 대한 불공정”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밀실행정으로 수의계약을 했다는 것을 덮기 위해 “공개입찰을 하면 장애인 배려가 되니 불공정하고, 직원의 복지를 위해서는 수의계약을 해야만 한다”는 희대의 논리를 폈다.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김포시는 장애인 배려는커녕 공정과 불공정조차 구별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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