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진료 공백에 지자체 '재난관리기금' 지원
강원대병원 등이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가운데,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해 대처에 나선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원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등이 야간이나 주말에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면서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강원대병원과 세종 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고, 건국대 충주병원 역시 인력 부족으로 야간과 휴일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에서 자체 파악한 결과 이들 병원 외에도 순천향대 천안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여의도성모병원도 응급실 운영 중단 등을 검토 중이다.
누적된 피로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잇따라 사직하고,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배후 진료’가 원활히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 겹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해당 분야 전문의가 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이나 치료를 제공할 수 없는 한 응급실에 병상이 있어도 환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B씨는 “응급실 의사들이 단순히 힘들어서 환자를 안 받는 게 아니”라며 “배후 진료가 되지 않으면 환자를 받으려고 해도 받을 수가 없는데, 그 부분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특히 지역의 응급의료 위기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역에서는 배후진료 위기로 환자들이 이미 권역을 넘나들면서 진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맨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 C씨는 “병원이 많은 서울이야 어떻게든 되겠지만, 지방은 몹시 어렵다”며 “정부가 당장 응급실에서 경증을 보지 말라고 하는데, 그러면 지방의 경증 환자들은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강원대병원은 춘천 시민뿐만 아니라 화천·양구 등 근처 영서북부 지역 환자들이 찾는 곳이기도 한 만큼, 지역 내 의료 공백 우려는 커지고 있는 것이다.
C교수는 “목에 가시가 걸린 환자는 경증이라 대학병원에서 받을 수가 없는데, 지방에 있는 2차 병원은 밤에 의사가 없다. 이러면 일반 환자들은 꼼짝없이 갈 곳이 없어 헤매야 하는 것”이라며 “중증을 받아야 하니까 돌려보내기는 하는데, 답답할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을 적극 활용하고, 응급실에 군의관과 공보의를 파견하는 등 응급실 운영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날 정부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국 지자체에 ‘재난관리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 응급진료를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직비 등 인건비 등을 지급하기 위해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지자체 차원의 재원도 활용해서 응급실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재난관리기금은 각종 재난 예방과 복구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매년 적립해 두는 법정 의무 기금을 말한다.
정부는 응급실 방문 환자가 급증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의료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총 15명의 군의관을 이달 4일 배치하고, 9일부터 8차로 파견될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보의를 위험기관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역별로 응급 또는 후속 진료가 가능한 의료인력을 공유하고, 순환당직제 대상 확대를 통해 지역의 응급의료 수요를 적시에 해결하겠다”며 “9월 11∼25일을 추석 명절 비상응급 대응 주간으로 운영해 중증·응급환자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정부는 또 올해 설 연휴보다 400여곳이 더 많은 4000곳 이상의 당직 병의원을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지정하기로 했다.
당직 병의원 신청이 부족할 경우 응급의료법에 따라 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시군구 청장이 의료기관 종류별, 진료 과목별로 당직 기관을 별도로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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