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레버리지 담은 서학개미… 엔비디아 `따블`에 베팅
개인, 기술주 상승 여력 등 감지
국내증시 이탈… 예탁금 2.5조 ↓
지난달 미국증시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은 2~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주로 순매수했다. 특히 반도체지수나 엔비디아, 테슬라 등 주요 기술주 상승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8월 한 달간 미국시장에서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순매수 금액은 3억9200만달러(약 5238억원)이다.
이 기간 순매수 상위 종목 6개 중 4개 종목이 레버리지 ETF였다. 146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그라나이트셰어즈 2X 롱 엔비디아 데일리'(GRANITESHARES 2.0X LONG NVDA DAILY) ETF는 엔비디아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ETF다.
이 외에도 순매수 5, 6위 종목에 테슬라 주가와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비트코인 선물지수를 각각 2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1021억원)와 '2X 비트코인 스트레티지'(2X BITCOIN STRATEGY·925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미국 증시와 주요 기술주의 추가 상승 여력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증시는 지난달 5일(현지시간) '블랙 먼데이' 폭락을 모두 회복하고 오히려 8월 초보다 상승했다.
다우존스지수는 8월 초 대비 오히려 3% 넘게 상승했다. 30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상황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한 달 새 각각 3.69%, 3.01%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증시에서는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의 투자금액이 레버리지 상품 투자금액보다 많았다.
개별 업종이나 해외 지수에 투자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제외하고 국내 지수(코스피%코스닥)만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17개와 인버스 ETF 16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인버스 ETF 투자금액은 15조4800억원으로 레버리지 투자금액 13조5800억원을 훌쩍 웃돌았다.
국내 증시의 개인투자자들도 이탈하는 모습이다.
지닌 달 3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2조1293억원으로, 지난 달 초 54조6592억원 대비 2조5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지난 달 5일 59조4877억원과 비교하면 7조4000억원(-12.37%)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투자자예탁금은 증시 유입을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주식투자 열기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지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한 달동안 19조5160억원에서 17조8557억원으로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후 주식을 사들인 금액으로, 이 잔고가 줄었다는 것은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작아진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코스피 소외 현상이 심화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는 월초 2777.68에서 2674.31로 3.7% 넘게 하락했다.
당분간 뉴욕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주요 지수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레버리지 투자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2배 레버리지 ETF의 경우 주가가 하락 시 손실도 두 배로 치솟는다.
오는 6일 발표될 8월 고용 보고서는 7월 보고서에서 나타난 경기 침체 징후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본격적인 경기 침체의 신호인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증시의 상관성은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미국 경기의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한국 증시가 개별적인 강세를 보일 확률은 현저히 낮으며, 미국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 보수적 대응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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