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는 어디에'…첫 정기국회 '정쟁화' 수순

김주훈 2024. 9. 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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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회담 기점으로 확산된 '협치 분위기'
정기국회 곳곳은 '계엄령·특검' 등 뇌관 투성
'민생입법'으로 주목 끌려던 군소정당 '울상'
"정쟁보단 협치 기반으로 민생 입법 관철해야"
제22대 국회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 개원식 겸 제418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개막하면서 여야는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민생'에 방점을 찍으면서 비쟁점 법안에 대한 협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곳곳에 충돌 지점이 널려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 정기국회만큼은 정쟁보단 민생을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국회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막 선언을 시작으로 100일 간의 대장정에 나선다. 이날 개회식을 시작으로 교섭단체 대표연설(4~5일), 대정부질문(9~12일), 안건처리를 위한 본회의(26일) 등 일정을 소화한 직후, 10월 7일부터 19일간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여야가 내세운 핵심 방향성은 '민생'이다. 성장률 정체와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연쇄도산, 가계부채 증가 등 복합적인 경제 위기가 커지자,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필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진하는 법안 방향성에도 일부 사안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협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주요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티메프 방지를 통한 소상공인·소비자 보호 △불법 공매도 방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각종 세법개정 △단통법 폐지 등 '생활 밀착형 경제법안'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활성화 △가계부채 경감 △티메프 대응 △국민 안전 및 재난 대응 △서이초법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 △사회적 약자 보호 △농가 살리기 등 키워드를 중심으로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내수 활성화를 위한 102개 입법과제도 별도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개혁신당은 △'전세·코인·주가조작' 등 사기 범죄자 처벌 강화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반성문 감형 폐지 △노인 돌봄 서비스 종사자 처우 개선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경제·사회·복지 분야' 3대 과제 현실화에 나선다. 나아가 '국회 중재자'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정파를 초월한 미래세대 연금과 의료보험, 교육, 환경 등 부분을 조명하겠다고 한다.

진보당은 '사각지대 없애기'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공정성 강화 △불평등 타파 △기후생태 위기 대응 △버스공영제 △전국민 4대 보험 등 방향성을 중심으로 34개 중점 입법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노동자·복지 예산 확충 등 선도적인 진보 예산안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제22대 국회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전반기 단체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1일 회담을 통해 민생 공통공약 추진, 금투세 관련 주직시장 활성화 방안 검토, 사계·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 등 민생과 밀접한 관련 있는 법안에 대해선 '협치'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빈손 회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민생 관련 비쟁점 법안에 대해선 충분히 합의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내에서도 이번 여야 대표회담을 계기로 첫 정기국회에선 정쟁보단 민생 경제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1년 만에 여야 대표회담을 가지면서 비로소 협치의 물꼬를 텄다"며 "이제 양당 대표가 공약한 8대 민생 과제 해결에 집중해 이번 정기국회는 민생 현안을 해결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양당 대표가 합의한 것처럼 '미래 지향적이고 생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대화와 타협이 일상이 되는 국회가 복원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조승환 의원도 "여야 모두가 민생법안 처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제22대 국회에서는 협치를 통해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민규 민주당 의원도 "이번 개원식을 계기로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책과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며 "여야 간 정쟁을 떠나 국회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고 협치와 소통으로 국정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당 이정현 의원도 "여야 대표 회담에서 절벽 앞 의료 현장의 위기를 비롯해 여러 현안이 논의됐고, 민생 협의기구 발족에 합의하는 성과도 있었지만 채상병 특검법과 25만원 민생 지원금은 숙제로 남았다"며 "국회의 존재 이유는 통합에 있는 만큼, 민생을 살리는 길이라면 민주당은 얼마든 정부여당과 힘을 모을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제22대국회 개원식 겸 정기회 개회식 사전환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하지만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는 곳곳에 충돌 지점이 널려있는 만큼, '정쟁'으로 인해 원활한 진행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여야는 이 대표가 쏘아 올린 '윤석열 정부 계엄령 준비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쟁점 사안에 대한 특검을 비롯해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법안 재추진, 정부의 독도 지우기 의혹, 검사 탄핵 등 국회 개원 3개월여 동안 지속된 이슈가 해소되기도 전에 '갈등 상황'이 추가된 것이다.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에선 민주당을 중심으로 쟁점 사안에 대해 집중 추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신영대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대통령을 만나 친일 인사를 배척할 것을 권하라"고 쏘아붙였고, 한 총리는 "자꾸 색깔 칠하지 말고 국민을 분열시키지 말라"며 "오늘 (국회의원) 선서도 하지 않았나, 국민을 자꾸 가르는 것을 위해 선언한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지난 7월 초 진행된 첫 대정부질문이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신 나갔다"라는 발언으로 파행된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계엄 준비설'도 새롭게 부상한 뇌관 중 하나다.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윤석열 정부의 계엄 준비설은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공공연하게 확산되고 있다. 당장 대통령실에선 "날조된 유언비어를 대한민국 공당의 대표가 생중계로 유포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저희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 대표도 "일종의 '내 귀에 도청 장치가 있다' 수준"이라며 "사실이 아니라면, 이런 말을 자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여야는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민법 개정안을 비롯해 간호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 28건의 민생법안을 처리한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민생 관련 비쟁점 법안에 대해선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정쟁화'로 인한 대치 정국 가능성은 민생 법안 처리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특히 정치권에서 큰 우려를 보내는 것은 군소정당이다. 이들 정당은 이번 정기국회가 당의 정체성을 부각할 기회로 평가하고 있지만, 거대 정당의 대치에 '민생 법안' 관철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정당에선 "대표회담에서 한쪽은 재판 불복을, 다른 한쪽은 계엄 준비를 언급하는 상황에서 정기국회 동안 협치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즉, 이번 정기국회 앞날은 이미 한동훈·이재명 대표 간 회담 모두발언에서 드러난 신경전으로 평가가 끝났다는 것이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거대 정당이 대치를 벌이면 군소정당은 정기국회에서 주목을 받기 어려운데,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여야 모두 민생을 위한다는 방향성을 설정했지만, 추구하는 방향은 일부 다른 만큼 조율이 필요하기에 개혁신당은 정쟁보단 민생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합리적인 중재자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당 관계자도 "앞서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민생 법안이 통과됐지만,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드러난 모습이 협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싸우겠다는 것인지 모를 태도에서 민주주의에 있어서 당연한 협치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민의 삶이 민생인데, 이 민생과 거리가 먼 거대 양당에서 민생을 얘기하는 것이 얼마나 공감대가 될지 모르겠다"며 "노동자와 농민, 서민의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진보당뿐인 만큼, 정기국회에서 민생 현안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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