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몸값 4조’ SK스페셜티, 한앤컴퍼니 인수 유력
한앤측과 가격협상 중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지주회사인 SK㈜는 100% 자회사인 SK스페셜티를 매각하기 위해 한앤컴퍼니와 가격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거래대금은 4조원대에 달한다.
지주회사인 SK㈜의 올해 상반기 기준 총 부채 규모는 12조3998억원(별도 재무제표 기준)에 달한다. 이번에 SK스페셜티를 4조원에 매각하게 되면, 지주회사인 SK㈜의 부채 약 3분의 1을 단번에 줄일 수 있다.
사업구조개편(리밸런싱)을 마무리한 SK그룹이 부채 축소를 위한 첫 번째 조치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하고 있다.
올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세계 3위 특수가스 업체)가 1조3000억원에 인수가격이 형성됐는데, SK스페셜티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2500억원으로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대비 3배 가량 높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과정에 쓰이는 특수가스를 생산한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웨이퍼에 남아 있는 잔여물을 세척하는 데 투입하는 삼불화질소(NF3)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한 선두 업체다. 육불화텅스텐(WF6)과 모노실란(SiH4)도 글로벌 1위를 다툰다. 주요 고객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이 있다.
SK스페셜티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553억원과 544억원이다. SK스페셜티 총매출에서 SK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1%(지난해 기준)다.
SK스페셜티의 전신은 1982년 설립된 OCI머티리얼즈다. SK는 지난 2015년 11월 OCI가 보유한 OCI 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4816억원에 인수했다. SK머티리얼즈로 사명을 바꿨다가 3년 전 분할되면서 SK㈜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번 매각은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차입금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7월 SK그룹은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3년내 30조원의 잉여현금흐름(FCF)를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월 발표한 SK그룹 보고서에서 작년 말 SK그룹 전체 부채비율을 121%로 추산했다. 2020년 87%에서 34%포인트 증가했다. 총자본과 총부채를 각각 약 146조원, 177조원으로 판단한 결과다.
특히 SK디스커버리 계열을 제외하면 지난해 SK그룹 부채비율은 147%로 올라간다. 여기에 재무적투자자(FI) 몫인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우선주(CPS), 신종자본증권 등 채무적 성격을 내재한 자본을 고려하면 실질 부채비율은 더 높아진다.
앞서 SK그룹은 올해 7월 리밸런싱(사업구조 개편)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그룹 미래 먹거리인 SK온(배터리)과 SK에코플랜트(환경·에너지)를 살리는 것이 골자다.
SK온을 살리기 위해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 매년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회사 SK E&S를 합쳤고, SK온에는 또 다른 알짜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을 붙여줬다.
아울러 SK㈜ 손자회사 에센코어와 자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그룹 내 알짜회사들을 SK온·SK에코플랜트 주위에 배치한 것이다.
리밸런싱 완성 후 부채 축소를 위한 첫 번째 조치가 SK스페셜티 매각이다. 이밖에도 SK그룹은 추가적인 부채 축소를 위해 비주력 사업을 연이어 처분할 계획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동남아투자법인의 베트남 빈·마산그룹 지분, 11번가 등이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다.
최근 M&A 시장선 SK스페셜티와 같은 유틸리티 성격의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도 국내외 내로라하는 사모펀드 수곳이 경쟁적으로 입찰에 참여해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우협으로 선정됐다. 최근 높은 관심을 받으며 2조700억원에 매각된 국내 1위 폐기물 처리업체인 에코비트도 마찬가지 성격의 매물이었다.
특수가스·폐기물 등 유틸리티 산업은 상하수도, 전기, 가스, 교통 인프라 등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공공성이 강조된다.
인허가 등 진입장벽이 있어서 기존 업체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성장산업과 같이 단기간에 매출·영업이익을 크게 성장시킬 순 없으나, 매년 물가상 승을 반영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지난 3년 간 금리인상 등으로 상당수 성장기업의 기업가치가 단기간 하락한 경험이 있어서, 주요 사모펀드들은 리스크가 큰 성장산업보다는 인프라성 유틸리티 산업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력인수 후보로 떠오른 한앤컴퍼니와 SK그룹 간의 인연도 깊다.
한앤코는 지난 2020년 초 SK케미칼 바이오에너지사업부를 3825억원에 인수해 SK에코프라임을 출범시킨 후, 지난해 말 싱가포르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힐하우스캐피탈에 SK에코프라임을 매각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22년 SKC의 필름가공사업부(1조6000억원)와 2024년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3600억원) 등을 인수했다. SK그룹 카브아웃(계열사 사업부 매각) 딜엔 한앤코가 그동안 함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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