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국제무대 누비는 K-금융인… "AI시대 SW 테스트 기술 더 중요해질것"

김수연 2024. 9. 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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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서 프로젝트 리더로 활약하며 K-금융 국제경쟁력 높여
"한국인 주도 바이오인증 국제금융표준 만든 값진 경험 지녀"
윤혜영 금융결제원 부부장. 금융결제원 제공

윤혜영 금융결제원 부부장

여성과학자를 꿈꾸던 여고생이 있었다. 이 소녀는 과학고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에 진학해 소프트웨어(SW) 테스팅 기술을 배웠고 이를 실생활과 접목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금융결제원에 입사했다. 이후 국제표준화기구(ISO)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리더(PL)로 활약하며 K-금융 서비스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인재로 성장했다.

한국 디지털금융의 허브, 금융결제원에서 올해로 20년차를 맞은 윤혜영(42·사진) 부부장의 이야기다. 지난달 1일 서울 역삼동 금융결제원에서 만난 윤혜영 부부장은 자신이 애정을 갖고 천착해 온 분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금융인이었다.

그가 몸담고 있는 금융결제원은 5대 국가기관 전산망 중 하나인 금융전산망을 운영하는 사단법인으로, 금융회사의 전산시스템을 상호 연결한 금융 공동망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분야 핵심 인프라 구축·운영을 통해 다양한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산학으로 카이스트에서 학사와 석사를 전공한 윤 부부장은 2005년 이곳에 입사해 핵심 기술들을 개발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윤 부부장은 "공부만 계속 하다보니 실생활에선 이 지식들이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궁금했고, 은행 간 전산시스템을 운영하는 금융결제원에서 적성도 살리고 그동안 배운 SW 테스팅 기술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 길을 택했다"고 입사 당시를 회상했다.

바이오인증 국제표준 개발, CLS(Continuous Link Settlement) 공동망 개발, 해외에 있는 계좌로 실시간 해외 송금을 가능케 하는 EXK(Extended Korea) 서비스, 핀테크 업체의 정보보호 국제표준, 부가세 매입자 납부 중계시스템 등이 그의 대표적인 개발 이력이다.

윤 부부장은 금융인의 길에 들어선 지 20년차인 올해, 우리나라 금융 서비스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 공로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기술사로서 해외 전문가들과 함께 국제표준을 주도적으로 개발해, 금융 서비스에서 생체 정보를 이용하는 비대면 인증 방식인 바이오인증의 보안 기반 구조를 제시한 국제표준(ISO 19092)을 만들어낸 공로다.

윤 부부장은 "ISO 19092는 2021년에 개발을 시작해 작년에 완료했는데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금융분야 프로젝트 리더로 국제금융표준 (생체인증)을 만든 값진 경험이었다"라며 "이렇게 개발한 것을 전세계인이 사용하게 됐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국제표준은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네덜란드, 호주와 함께 개발했는데, 윤 부부장이 리더를 맡아 해외전문가들을 이끌어가며 만들어 낸 것이다. 윤 부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외국에서 만든 국제표준을 가져다 쓰기만 했는데, 한국이 리더로서 개발을 주도해서 국제표준을 전세계가 쓰는 것은 최초였다"라고 전했다.

해당 국제표준은 생체정보 인증을 집대성한 표준으로, 특히 바이오정보 분산관리(생체 정보 정맥 인증)를 국제표준에 수록해 기술의 신뢰성과 국제 평가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 사람이 보유한 생체 정보는 지문, 음성인식, 필기체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를 활용해 본인 인증에 사용할 수 있다. 해당 국제 표준은 이러한 생체정보를 인증할 때 필요한 보안 요구사항, 기술, 안전하게 개발하기 위한 구현 지침 등을 총망라한 것이다.

윤 부부장은 "바이오정보 분산관리는 고객의 생체 정보를 두 개로 나눠서 고객이 보유한 휴대전화와 금융결제원에서 보유한 중앙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생체 정보를 미리 등록해 둔다면 금융 거래 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휴대 전화에서 지문으로 본인 휴대 전화임을 확인해 휴대 전화를 사용하는 것처럼, 금융 기관에 미리 생체 정보를 등록했다면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윤 부부장은 "현재 김포 공항에서 제주도로 이동할 때 금융결제원과 국내 금융 기관, 인천공항공사의 협업으로 손바닥 정맥 인증 정보를 미리 등록한 경우 해당 정보를 사용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특별히 다른 신분증이 전혀 필요없이 손바닥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윤 부부장은 지금 제3자 결제서비스 제공기관들이 안전한 금융서비스를 개발하는 데에 필요한 기술적 보안 요구사항을 포함한 국제표준을 만들고 있다.

그는 "이 개발에는 5년 정도가 소요가 된다"면서 "2021년에 착수해 2022년에 한국 외에 중국, 프랑스, 스위스 등 해외 전문가들이 함께 개발하는 것을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승인해 줘서 같이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4월에 제3자 결제서비스 제공기관을 위한 정보보호 국제표준위원회안(CD)이 통과돼 내년도에 최종 발간하기 전, 올해 3개월간에 걸쳐 국제전문가 투표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요즘 윤 부부장은 자신이 배운 SW 테스트 기술이 AI시대에 더욱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학부를 마치고 석사 과정을 하면서 SW 테스팅 과정을 공부했다"라며 "예를 들어, 로켓에 들어가는 설계의 경우, 거기에 들어가는 SW의 결함 여부를 파악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특히 AI 시대엔 기계한테 잘못된 것을 가르쳐주면 잘못된 학습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SW 테스팅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부부장은 배움을 멈추지 않고, 이를 자원 삼아 도전하는 것을 즐기면서 새로운 기회까지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현재 그는 회사를 다니며 정보공학기술사 자격을 취득하고, 이를 통해 국제적 활동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국제기술사 자격증도 땄다. 한국기술사회에서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 이수 시, 한국기술사회에서 협약을 맺은 미국 오리건주, 호주, 동남아시아 등에서 공인된 기술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격증이다.

그는 "한국-싱가포르 기술사들 간 국제교류위원회에서 EXK, CLS 등 저의 개발 이력을 보고 새로운 것을 같이 해 보자고 연락을 해 왔다"면서 "10월에는 한국-일본 기술사 교류회가 열리는데, 좋은 성장의 기회가 생길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끊임없이 개발을 지속하는 윤 부부장은 본인의 에너지원으로 '후배들'을 언급했다.

그는 "최근 입사자들이나 후배 기술사들이 '기술사 되길 잘했다'라는 말을 하고, '우리가 정보공학계 전문가로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라는 대화를 서로 나눌 때, 이 일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IT정책경영학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데, 10년 후에는 정보공학과 금융이 결합된 분야에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렸다.

'후회를 남기지 말고 살자'는 좌우명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윤 부부장의 10년 후, 20년 후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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