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개원식마저 불참한 윤 대통령, ‘정치 포기’ 선언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2일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은 1981년 11대 국회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특검·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지만 어불성설이다. 국회를 무한 대치의 장으로 만든 가장 큰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갈 생각조차 없다면 ‘정치 포기’를 선언한 건가.
과거 국회 개원식엔 대통령, 사법부·행정부를 총괄하는 3부 요인(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이 참석해 새 국회의 출범을 축하했다.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선출된 모든 대통령은 물론, 전두환 대통령도 11·12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은 개원 연설에서 입법부인 국회에 대한 존중 의사를 밝히고, 국정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22대 국회 개원식은 지난 7월5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등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미뤄졌다. 이로 인해 22대 국회는 역대 가장 늦은 95일 만인 이날 정기국회 개회식을 겸해 개원식을 열게 됐다. 이날 3부 요인은 모두 참석했지만, 윤 대통령은 오질 않았다.
여소야대 국회에선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가 불편한 것이 상례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대해 해야 할 일을 해왔다. 채 상병 특검법 등을 추진하는 야당이 밉다고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다니, 대통령이 이토록 속 좁게 몽니를 부리면 국정이 돌아갈 수 없다. 대통령실이 ‘국회 정상화’를 운운하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21건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비롯해, 번번이 대화·타협 거부로 국회를 파행시킨 장본인이 윤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전날 여야 대표가 11년 만의 대표회담에서 민생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정국 현안인 채 상병 특검법 등에는 합의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래도 여야가 대화의 첫발은 뗐다. 윤 대통령이 국회 정상화가 중요하다면, 이에 호응하는 차원에서라도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야 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국민 신뢰를 잃고 총체적 난맥상에 빠져 있다. 국정운영을 회복하려면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당장 정부 국정 과제와 예산을 처리하려면 야당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정부·여당엔 다른 길이 없다. 그런데도 국회를 무시하는 것은 정치를 포기하고 국정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원사에서 “국회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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