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딥페이크’ 법안...“불법합성물 범죄 아우를 새 법 필요”

고나린 기자 2024. 9. 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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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을 위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가해자 처벌, 디지털 플랫폼 책임, 피해자 지원을 강화한 내용들인데, 전문가들은 불법합성물 성범죄의 특성상 법 개정과 함께 범죄 수사나 피해자 지원 면에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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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원 실효성 확보 절실”
30일 저녁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아웃(OUT) 말하기 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집회는 다음달 27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6년 5월17일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 앞은 여성 혐오 범죄의 추모 및 규탄 장소가 됐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정부가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을 위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가해자 처벌, 디지털 플랫폼 책임, 피해자 지원을 강화한 내용들인데, 전문가들은 불법합성물 성범죄의 특성상 법 개정과 함께 범죄 수사나 피해자 지원 면에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불법합성물 성범죄 실태가 드러난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 발의된 관련된 주요 법 개정안은 29건이다. 법안이 가장 많이 집중된 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 일부개정안’이다. 법안 대부분은 처벌 대상으로 △불법합성물을 소지·저장·시청하고 △불법합성물로 협박·강요한 경우를 새로 추가했다. 불법합성물을 제작·반포할 경우에 따르는 처벌 수준도 높였다. 불법합성물의 경우, 불법촬영물에 견줘 피해 정도가 가볍지 않은데도 처벌 범위가 좁고 형량이 현격히 낮은 현행법 조항의 한계를 메우기 위한 것들이다.

불법합성물뿐 아니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피해자의 신상정보 등이 함께 배포되는 범죄 특성에 맞춰, 신상정보가 적힌 게시글 삭제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 방지법) 일부개정안’도 3건 발의됐다. 주로 ‘피해자 지원’에 초점을 맞춘 이 법 개정안 중엔 지방자치단체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기관을 설치해 신속하게 삭제를 지원하고, 중앙컨트롤타워가 이를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도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있어 플랫폼의 책임을 강조한 법안(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 7건 발의됐다. 플랫폼 기업 등에 불법합성물 유통 금지 의무를 부여하고 수사기관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뒤늦게라도 가해자, 피해자, 플랫폼을 대상으로 폭넓게 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을 환영하면서도, 실제 시행을 위한 재정·행정적 지원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짚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불법합성물을 소지·시청만 해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은 환영할 만하지만, 문제는 가해자들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경찰의 위장수사 등을 지원해 특별단속 기간이 끝나고도 지속해서 불법합성물 성범죄를 적발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텔레그램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경우 국내법만으로 책임을 규율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정보보호학)는 “미국의 경우 플랫폼은 불법 콘텐츠 유통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예외 조항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플랫폼 책임을 강화한 법을 만들어도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국제 공조도 함께 필요한 사안”이라고 짚었다.

낮은 범죄 문턱으로 인해 피해 또한 만연한 현실을 고려해 불법합성물 범죄를 다루는 별도의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의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딥페이크 범죄는 앞으로 더 다양해질 가능성이 크고, 경찰 신고와 차단 조치가 동시에 이뤄지는 국가기관의 ‘원스톱서비스’도 필요하다”며 “불법합성물 범죄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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