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담, 이재명 득실…‘제1야당 실권자’ 확인, 현안 ‘빈 손’은 부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열린 여야 대표회담을 통해 ‘거대 제1야당’ 실권자로서의 권한과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명 2기 체제 보름 만에 이뤄진 회담을 중도 확장과 여권 분열 전략 등의 시험무대로 삼은 것으로도 풀이된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 등 핵심 쟁점에서는 ‘빈손’ 회담이 된 만큼 향후 이같은 과제를 어떻게 실행해내느냐가 이 대표 정치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2일 민주당 내부에선 이 대표가 정부·여당에 대한 투쟁 일변도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목소리가 많았다. 민주당 한 의원은 “현재의 국회 상황이 계속되면 민주당도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소기의 성과를 내며 비판을 불식했다”고 말했다. 이해식 비서실장도 통화에서 “극한 대치 중에 만남을 만들어냈다”며 “(이 대표의) 정치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중점을 두고 있는 ‘중도 확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전날 회담에서 민주당을 장악한 ‘실권자’로서의 위치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는 일명 ‘증거조작’ 의혹을 특검안에 추가하거나 이밖에 ‘사소한’ 조건을 더 붙이더라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진전된 양보안을 내놨다. 전국민 25만원 지원금도 ‘선별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내 장악력이 약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차별성을 드러낸 부분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담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파열음이 나오는 상황에서 야당이 당정 갈등을 파고든 사례로도 평가된다. 이 대표는 전날 한 대표에게 “이제 결단하셔야 한다”고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압박하고, 최근 윤·한 갈등 진원지가 된 의료대란 의제를 모두발언부터 공개적으로 띄워 사실상 의제화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실에 대한 압박에 일부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한 대표가 (이번 회담으로) 용산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 대표가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한 대표의 체급을 올려준 셈이라 손해를 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회담하는 모양새를 만들었다”며 “이 대표는 약간 내어주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핵심 현안에서는 여전히 빈손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여러 민생 법안을 처리해도 채 상병 특검법과 같은 쟁점 법안을 돌파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여권만 웃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향후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한 대표를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시선도 있다. 협상 태도나 한계, 속내 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어쨌든 이번 회담은 두 사람이 만나 처음으로 상대를 파악한 무대였다”라며 “그런 것이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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