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단 땅꺼짐 공포, 대형사고 터지기 전 근본대책 서둘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도로 위를 달리던 차량이 땅꺼짐(싱크홀)으로 생긴 구멍에 빠져 2명이 중상을 입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땅꺼짐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도심 속 지뢰’나 다름없어 운전자가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민들의 공포가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처럼 초대형 땅꺼짐이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서둘러 근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연희동에서는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 크기의 땅꺼짐 구멍에 차량이 통째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에는 서울 종로의 도로에서 땅꺼짐이 일어났고, 같은 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도 도로 침하 현상이 발생해 교통이 통제됐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부산 사상구에서도 지난달 도시철도 공사장 주변에서 발생한 땅꺼짐으로 운행하던 차량 앞바퀴가 빠져 운전자가 부상을 입었으며, 최근 창원의 한 도로에서는 2년 연속 땅꺼짐이 일어나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땅꺼짐은 연약한 지반의 흙이 지하수에 쓸려가거나, 석회암 지대에서 석회가 물에 녹으며 지반이 무너지는 자연적 현상이다. 원래대로라면 단단한 지반 위에 형성된 도시는 땅꺼짐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땅속 개발과 상하수도 시설 노후화, 기후변화로 잦아진 폭우 등으로 도시에도 위협적인 수준이 됐다. 실제 지난해 경남 진주의 땅꺼짐 사고는 노후 폐수관로에 구멍이 나면서 다량의 폐수가 빠져나와 지반을 약화시킨 탓으로 밝혀졌다. 서울 연희동 땅꺼짐도 빗물펌프장 공사, 미사용 상하수도관 등의 영향이 아닌지 심층 분석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 땅꺼짐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크다. 통신관·가스관 등 미로처럼 얽힌 지하 매설물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 데다, 현재 GTX 공사까지 진행 중이다. 전국 상하수관 40%가 노후화된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의 강도·빈도는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표면 아래 3~4m까지만 감지할 수 있는 정부의 지표투과레이더(GPR) 장비는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다. 이번 연희동 땅꺼짐도 서울시가 3개월 전 탐사한 곳이지만, 당시엔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는 땅꺼짐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서둘러 노후 상하수관 정비에 나서는 한편 도심 지하 공사의 안전기준을 높이고, 지반 탐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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