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에 '패패패' 보수 진영…이번엔 단일화 '경선 승복 서약' 쓴다
보수, 2014·2018·2022 모두 후보 단일화 실패
2022년 선거서 보수 3인 합산 득표율 '53.22%'
보수후보 "단일화 찬성…다만 과정 공정해야"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보수 교육계가 내달 16일 서울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 단일화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수 성향 후보자들이 단일화에 실패하며 결국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3연패를 한 과오를 답습할 순 없다는 의지다.
보수 후보 단일화의 키는 '바른교육국민연합(바교연)'이 잡았다. 바교연은 손병두 전 서강대총장을 이사장,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를 상임위장으로 내세우며 100여개 보수 성향 학부모·시민단체와 협력을 약속한 상태다.
한때 500여개의 중도·보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연)이 보수 후보 단일화 기구를 자처하며 바교연과 대립각을 세우는 듯했으나, 2일 오전 회의를 통해 이들 역시 바교연과 일원화를 이뤘다. 범사연 관계자는 "보수 후보 단일화를 위해 힘을 모았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바교연은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들은 '경선 승복' 서약서까지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 후보들은 지난 세 번의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에 합의하고서도 경선 방식, 단일화 기구의 공정성 등의 이유로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경선 승복 서약은 지난 실패를 반영해 고안한 보수 교육계의 분열 방지 장치다.
김경회 바른교육국민연합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라며 "경선 참여자는 공개적으로 결과에 승복한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최종 후보로 선출됐을 때는 다른 후보의 공약을 1개 이상 실천하도록 하는 의무 조항도 두겠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100% 방식…토론회도 개최"
김 상임의장은 "여론조사 질문 문항이라든지 직함, 질문 방법은 후보자들이 모여서 합의를 해야 한다"며 "통상 여론조사 기관의 표준안이 있고 이에 따르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는 여론조사 100%를 반영해 경선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명희 바른교육국민연합 공동의장은 "2022년에는 여론조사와 선거인단 조사를 6:4 비율로 반영해 단일화를 했다. 그런데 선거인단에 비(非)서울 거주자들이 참여하며 불만을 제기한 후보가 결국 후보 단일화에 반기를 들었다"며 "이 부분을 참고해서 이번엔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 경선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 여부, 결과 좌우한다
보수 진영은 조희연 전 교육감이 당선된 지난 3번의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모두 단일화에 실패했다.
2014년 선거에선 보수 진영에서 3명의 후보자가 나왔다. 조 전 교육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지지를 받으며 진보 단일 후보로 나섰지만, 보수 진영은 문용린·고승덕·이상면 후보 등이 난립했다. 조 전 교육감은 결국 39%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2018년 선거에서 조 전 교육감은 46.5%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보수 후보로 분류되는 박선영·조영달 후보가 단일화 없이 선거를 완주하면서 표가 분산됐다. 보수 진영에서 교육감후보 단일화를 위한 모바일투표를 통해 박 후보를 추대했으나 조 후보는 돌연 중도를 표방하며 독자 출마를 결정했다.
당시 박 후보는 36.1%, 조 후보는 17.2%를 득표했는데 이 둘이 받은 표를 합치면 조 전 교육감이 얻은 표보다 많았다.
2022년에도 보수 진영은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경선 규칙에 합의하지 못한 후보들은 결국 각자 출마를 결정했다. 당시 교육감 예비후보였던 이주호 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단일화를 촉구하는 단식투쟁까지 벌였으나 갈등 양상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후보 단일화 기구였던 교육감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교추협)은 여론조사(60%)와 선거인단 투표(40%)를 합산한 종합점수를 내 조전혁 후보를 중도·보수 단일 후보로 결정했다. 그러나 조영달 후보는 교추협이 특정 후보와 유착 관계라며 단일화에서 빠져 독자 출마에 나섰다. 박선영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 과정에서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교추협의 단일화 과정에서 아예 사퇴했다.
결국 박선영·조전혁·조영달 후보 등 보수 후보 3명이 모두 선거에 나섰다. 당시 세 후보의 득표율은 53.22%다. 보수 교육계에는 단일화를 이뤘다면 조 전 교육감의 3연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수 후보들 "단일화엔 찬성…다만 과정 공정해야"
보수 진영에서는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과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세 사람 모두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과정의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조 전 의원은 "여론조사 100% 방식을 어떻게 실시할지 각론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복잡해질 것"이라며 "단일화에 참여하는 후보들 간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단일화 기구가 공정하고 절차가 적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2022년 보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서울교육감 후보를 뽑는데 선거인단은 전국적으로 몰아넣었다"며 "(여론조사 100% 방식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안 전 회장은 여론조사 100% 방식도 공정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미 두 번째, 세 번째 출마한 후보들은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며 "정당에서도 여론조사 100% 경선일 때는 청년, 여성 등 약한 후보에 가산점이 있지 않나. 이런 의견도 (바교연이) 취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선 승복 서약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바교연 관계자는 "경선 승복 서약에 서명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는 등 대책을 세우겠다"면서도 "바교연이 법적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승복 서약을 어긴 후보를 처벌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바교연에 따르면 아직까지 이 단체에 단일화 신청을 한 후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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