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4초만에 자소서 읽고 심층질문까지… `AI 면접관` 시대

유진아 2024. 9. 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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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데이터화 직원 성과 관리
효율 높이고 예산절감 등 장점
보안·편향성·윤리적문제 우려
보조 아닌 대체 역할 경계해야
게티뱅크 제공

인사관리(HR) 분야에도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채용부터 급여, 보상, 평가, 승진, 인력 배치, 조직문화, 인력 수요 예측에 이르기까지 HR 분야 전역에서 AI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AI가 HR 인력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협력자'의 역할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AI가 HR 업무에 사용될 때 개인정보가 유출돼 보안상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AI가 제공하는 정보와 결정이 편향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AI가 HR 향상성 높일 수 있다고?

가트너는 최근 전 세계의 HR 리더 76%가 조직이 앞으로 1~2년 이내에 생성 AI와 같은 AI 솔루션을 도입하고 구현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는 조직에 비해 조직적 성공 측면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응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해당 조사는 40개 국가와 모든 주요 산업 분야의 500명 이상의 HR 리더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또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40%가량이 어떤 형태로든 이런 식의 기초 인공지능 기술을 HR 분야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입장에서는 AI를 활용하면 채용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BCG(보스턴컨설팅그룹)는 AI를 통해 HR 생산성을 최대 30%까지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BCG는 "일찍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지난 3년간 연간 예산을 전년 대비 10% 절감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생성형 AI가 채용, 교육 등에서 각각 20~50%, 20~25%의 효율성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활용한 HR, 기술 어디까지 왔나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통해 HR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AI 기술을 빠르게 적용한 HR 분야는 인재 확보 영역이다. HR 담당자들이 조직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일치하는 지원자를 빠르게 식별해 인재 확보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두들린은 지난해 10월 인재 소싱 관리 전용 서비스 '그리팅 TRM(Talent Relationship Management)'을 출시했다. 인재 관계 관리를 뜻하는 TRM은 기업이 먼저 원하는 인재를 찾아 입사 지원을 제안하는 '다이렉트 소싱' 방법이다. 그리팅 TRM은 채용 담당자가 다수의 채용 플랫폼에서 찾은 후보자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등록해 더욱 많은 후보자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무하유는 AI 자기소개서 평가 서비스 '프리즘'을 내놨다. 표절이나 기업명 오기재 등 감점 사유를 포착할 뿐만 아니라, 자소서의 중요 키워드를 학습한 후, 직무와 유관된 내용에 하이라이트 처리할 수 있다. 또 해당 내용들을 기반으로 AI가 심층 면접 질문 구성 및 제안도 가능하다. 무하유에 따르면, 자기소개서 한 부의 평균 검토 시간이 기존 10분에서 프리즘 도입 후 4초로 줄었다.

임직원의 성과관리 분야에서도 AI는 힘을 발휘한다. 디웨일의 클랩 AI는 HR 담당자의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기업 또는 팀 내 구성원들의 업적을 데이터화 하고 AI를 활용해서 피드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클랩 AI'는 팀 내 구성원의 업적 및 목표 체크인을 데이터화해 이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피드백 문구를 AI가 5초 안에 생성한다. 다수의 구성원에게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전달해야 하는 관리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매 평가마다 업적을 정리해야 하는 구성원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 디웨일은 "클랩을 도입한 기업은 성과평가에 필요한 시간이 평균 80% 감소하고 직원들의 리텐션(근속기간)이 평균 30%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직원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클라썸 AI 러닝 패스는 AI와 대화하며 개인별 맞춤형 성장 계획을 설계할 수 있는 서비스다. AI 러닝 패스는 AI가 사용자 니즈에 기반해 최적화된 커리큘럼을 체계적으로 그려주는 특징이 있다. 클릭 몇 번 만으로 성장 방향에 맞는 학습 콘텐츠를 추천받을 수 있어 계획부터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였다. 제약 없이 클라썸과 제휴한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으며 관리자가 사용자별 현황 등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대체 아닌 공존… "인간의 역할 여전히 중요"

하지만 HR 분야에 AI 도입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HR은 기업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부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직원들의 개인 정보 문제와 더불어 채용 또는 승진 같은 의사결정에 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AI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한 AI의 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셋을 분석하여 의사결정을 지원하지만, 데이터셋에서 편향을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아마존의 AI 채용 프로그램이 '여성'이란 단어가 들어간 이력서에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확인돼 도입 전 취소됐다.

아울러 조직구성원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 또한 높아질 수 있다. HR 업무에 AI를 활용하면 AI 알고리즘의 취약점을 노린 해킹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HR이 가지고 있는 인사정보, 경력, 평가, 건강 정보 등 개인의 민감한 정보가 해킹 등으로 유출된다면 심각한 보안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미국 연방 인사관리처(OPM) 전산망 해킹 사건으로 인해 미국 연방 정부 공무원과 시민 2150만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바 있다.

AI 기술이 HR 업무에 도입되면서 효율성과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이점이 있지만, 아직까지 직원의 감정 이해나 복잡한 직장 내 문제 해결 등이 필요한 만큼 HR 인력 역할의 중요도는 남아있다.

박태준 LG경영연구원 연구원은 'AI와 인간의 공존 시대, HR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AI를 올바른 방향으로 더 잘 활용하기 위한 인간의 역할도 함께 커질 것"이라며 "인간은 AI 활용 결과물이 인간의 가치관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도덕적 윤리적으로 적합한지, 또 법적 문제는 없는지 등을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AI연구원 원장) 또한 "채용을 예시로 들면 HR 담당자가 AI를 활용하는 만큼 지원자도 AI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국 AI대 AI, 창과 방패가 될 확률이 높다"며 "AI가 문서 확인이나 간단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대체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HR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AI는 HR 분야에 일종에 보조적인 도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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