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파산에 … 임대아파트 보증금 '불똥'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4. 9. 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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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살 거라 믿었는데 갑자기 이사를 해야 한다니 참 막막합니다." 경북 안동의 한 민간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임 모씨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건설사나 시행사의 자금난으로 피해를 입는 '민간 건설 임대아파트' 거주민이 늘고 있다.

2일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HUG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민간 건설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보증사고(사용검사 후 임대보증) 규모는 총 1364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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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중소건설사 자금난 심각
민간임대 보증사고 피해 속출
올 1364건 … 이미 작년 넘어서
HUG 대위변제도 수개월 걸려
일부는 아예 전액 날릴 위기도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살 거라 믿었는데 갑자기 이사를 해야 한다니 참 막막합니다." 경북 안동의 한 민간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임 모씨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해당 아파트 임대사업자인 건설사가 자금난으로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의무 임대 기간 10년을 채운 후 분양받아 내 집을 마련하려던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

그나마 임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임대보증금 2억원가량을 대신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가구는 아예 보증금 전액을 날릴 위기다. 임씨는 "HUG 대위변제에 수개월이 걸린다더라. 언제 될지 몰라 다른 집 계약도 못하고 있다"며 "약 200가구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부실한 건설사가 임대사업자 지위를 얻지 못하도록 안동시와 HUG가 관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설사나 시행사의 자금난으로 피해를 입는 '민간 건설 임대아파트' 거주민이 늘고 있다. 민간 건설 임대아파트란 법인이 임대를 목적으로 건설하는 주택이다. 관련 사업을 하는 법인들의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라 앞으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HUG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민간 건설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보증사고(사용검사 후 임대보증) 규모는 총 1364가구다. 사고 가구 수는 2021년 524가구에서 2022년 766가구, 2023년 1106가구로 매년 증가세다. 올해 7월까지 사고 규모가 벌써 작년 수준을 훌쩍 넘어선 셈이다.

보증사고를 낸 주체가 법인이라 한 번에 피해가 수백 가구씩 발생하기도 한다. 올해 신우산업개발은 충북 충주 임대아파트 신우희가로 보증사고로 총 631가구에 피해를 끼쳤다. 전남 광양에선 임대아파트를 운영하던 흥한산업(흥한 에르가)과 신성토건(남해 오네뜨)이 보증사고를 내 335가구가 곤란을 겪었다.

전남 목포 남교크레지움 에듀파크(79가구)와 대구테크노폴리스 남해오네뜨 1차(60가구)에서도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이외에도 광주, 송정, 군산 등 주로 지방 임대아파트에서 보증사고가 터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민간 임대아파트를 운영하는 건설사업자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되고 있어서다. HUG에 따르면 작년에 신용등급이 열악(C등급)하다고 평가받은 민간 임대주택 건설사업자는 116곳이다. C등급 업체는 2021년 71곳, 2022년 93곳 수준이었다.

부도(D등급) 판정을 받은 업체도 2021년 6곳, 2022년 5곳, 2023년 8곳, 2024년 12곳으로 증가세다. 복 의원은 "건설 경기가 곧 민생이라던 윤석열 정부가 지방 불황 장기화를 방치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민간 임대아파트 보증사고가 늘면서 중산층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대위변제 전까지 지방 임차인들은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불안과 피로감을 오롯이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2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을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복 의원은 "HUG가 보증금을 돌려준다고 방관할 게 아니라 사업장 재무건전성을 면밀히 살피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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