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상속세 개편도 시급한 민생 현안

서찬동 선임기자(bozzang@mk.co.kr) 2024. 9. 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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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재명 대표 첫회담
세율 등 상속세 개편은
8개 합의안서 빠져 아쉬움
中企 대표들 급속한 고령화
도미노 폐업 前 대책 나와야

지난 1일 여야 대표가 만나 '민생 중심'을 한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협의기구를 통해 양당의 공통 공약을 우선 논의하겠다고 한다. 일단 두 당의 정책에서 교집합의 실체를 인정한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공통 공약'이 최소한의 시늉에 그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표회담이 여론에 쫓겨 성사돼 공통 공약을 선정하는 데 기싸움을 피할 수 없겠지만, 맹탕인 협의기구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더 중요한 것은 정작 민생과 나라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데, 공통 공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다. 상속세 개편이 그런 경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불합리한 상속세 때문에 기업 활동이 중단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했지만, 8개 합의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상속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협의기구에서 논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상속세 개편은 초고령화와 중소기업 폐업, 나아가 지방소멸과도 연관된 시급한 민생 과제다.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일본은 '2025년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가 한창이다. 일본의 경우 내년이면 인구 3명 중 1명은 65세가 넘고, 5명 중 1명은 75세를 웃돌게 된다. 당장 제조·건설·운송·의료 등 분야의 인력 고갈이 비상이고, 고령화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불안해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도미노 폐업 우려도 그중 하나다.

일본 중소기업백서에 따르면 중기 대표의 평균 은퇴 나이는 70세 안팎이다. 그런데 2025년이면 중소기업 245만곳의 대표(CEO) 나이가 70세를 넘어선다. 그중 127만명이 후계자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1980년대만 해도 자녀의 가업승계 비율이 70~80%에 달했지만 이제 40%도 채 못된다. 자신은 고생하며 회사를 운영했어도 좋은 대학을 나온 자녀는 안정된 직장생활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갈수록 인재 채용이 힘들어 성장이 불투명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은 한국보다 높은 55%에 달한다. 만일 후계자가 없어 중기·소상공인이 폐업할 경우 2025년 전후로 6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일본 정부는 예상한다. 이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22조엔(약 203조원)에 달한다. 백서는 "중소기업이 후계자를 정해도 상속·증여세, 승계인의 주식·사업 자산 매입 등 각종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가업을 승계하면 파격적인 상속·증여세 혜택을 주거나, 친족이 아닌 제삼자에게라도 승계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일단 회사가 문을 닫지 않고 존속하는 것이 일자리와 국가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고령화가 가파른 국내 경영자도 남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제조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은 대표 나이가 60세를 웃돈다. 펄프·종이 업종은 65세를 넘었다. 베이비붐 시기(1955~1963년생)에 태어난 경영자의 사업 승계 여부를 방치하면 지방도 도미노 폐업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피할 수 없다.

그런 조짐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가 6월 발표한 '2024년 부자 이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1200명의 백만장자(금융자산 100만달러 이상 보유)가 이민을 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작년보다 400명 늘어난 규모로 중국(1만5200명),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어 전 세계 네 번째로 많다. 자산가의 해외 이주는 상속·증여세 등 세금 부담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백만장자 유입이 많은 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싱가포르·캐나다·호주 순이다.

모처럼 여야가 상속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제 협의기구에서 한 발씩 양보하며 상속세 개편에 성과를 이뤄내기 바란다. 집 한 채인 중산층은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 기업은 최고세율을 낮춰 존속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길이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의 폐업을 최소화해 일자리를 지키고 지방소멸도 막을 최선의 방안이다.

[서찬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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