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세운상가 보행로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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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충무로역 근처 진양상가 3층에서 시작된 공중보행로를 따라 세운상가까지 걸어봤다.
서울시가 세운지구 상가 일대 1㎞ 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하고 이달 말 주민 공청회를 연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였다.
세운상가는 1967년 세워진 국내 최초 주상복합상가로 남북으로 7개 상가가 잇따라 건립됐다.
2006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녹지공간을 조성하려 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백지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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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충무로역 근처 진양상가 3층에서 시작된 공중보행로를 따라 세운상가까지 걸어봤다. 서울시가 세운지구 상가 일대 1㎞ 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하고 이달 말 주민 공청회를 연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였다. 한낮인데도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아 한산했다. 이곳 하루 평균 보행량은 1만1731건으로 사전 예측치(10만5440건)의 11%에 그친다. 한 가게 점주는 "보행로를 만들어 놔도 손님이 없는데 철거하든 말든 관심 없다"고 했다.
세운상가는 1967년 세워진 국내 최초 주상복합상가로 남북으로 7개 상가가 잇따라 건립됐다. 2006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녹지공간을 조성하려 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백지화됐다. 2014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개발 대신 '재생'을 목표로 존치를 추진하면서 1109억원에 달하는 보행로 사업이 개시됐다. 2022년 7월 전 구간 완공으로 상가 간 이동성은 개선됐지만 매장 콘텐츠 부족으로 '뜨는 명소(핫플)'가 되지는 못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에서 "세운상가를 보면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했다.
지난 7월 서울시는 박 전 시장 때 조성한 '돈의문 박물관마을'도 철거하기로 했다. 도시 재생 일환으로 옛 골목을 재현한 것이지만 관광객 유입은 시원찮았다. 코로나19로 마을 내 음식점, 공방, 갤러리가 문을 닫으면서 '유령 마을'이 됐다.
서울역 고가차도를 공중정원으로 개조한 '서울로7017'도 사업비 597억원을 들였지만 철거를 놓고 논란 중이다. 이용자 수는 2017년 개장 때의 6~7%로 급감했다. 근처 차 운행은 늘 막히고 한여름 뙤약볕에 쉴 곳을 찾기도 힘들다. 유지·관리비로만 매년 수십억 원이 든다.
정책 타당성과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시장 개인 주장을 관철하려 해서는 시민 편의는 고사하고 국민 혈세 손실만 커진다. 전임자의 멀쩡한 계획을 좌초시켜서도 안 되지만 임기 내 성과에 급급해 졸속 추진하는 것도 금물이다. 청계천 복원처럼 시간이 흘러도 누구나 인정하게 되는 그런 사업을 해야 한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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