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동독 극우 79년 만에 부활…숄츠 정권의 굴욕, 집권기반 휘청
김영아 기자 2024. 9. 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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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이민 증가, 안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확대 등 유권자들이 두려워하는 이슈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내부 갈등만 노출하는 연정에 반감을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수적인 튀링겐과 작센 유권자들은 숄츠 총리의 불법 이민 단속이 시기적으로 너무 늦고 강도도 약하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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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극우정당인 AfD 후보 등이 주의회 선거 초기 개표결과를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과거 동독에 속했던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79년 만에 처음으로 승리했습니다.
유럽 전역에 불어온 극우 바람이 프랑스와 함께 유럽연합(EU)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독일에서 다시 확인된 것입니다.
숄츠 총리로선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 완패에 이어 극우 돌풍에 집권 기반 자체가 휘청거리는 등 정치생명 최대 위기에 몰리게 됐습니다.
현지시간 1일 치러진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성향의 독일대안당(AfD)이 33%의 득표율로 승리했습니다.
반면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은 득표율은 6.1%에 그쳤고,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과 자유민주당(FDP)도 저조한 득표율을 머물렀습니다.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79년 만입니다.
AfD는 같은 날 함께 치러진 작센 주의회 선거에서도 30.5%로 2위를 차지하며 선전했습니다.
신호등 연정에 대한 불만과 극우 바람을 타고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반이민 정서가 강한 두 동독 지역에서 극우 돌풍을 일으킨 것입니다.
다만 기성 정치권을 대표하는 SPD와 기독민주당(CDU)을 비롯한 대부분 정당이 AfD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고 있어 AfD가 주 정부를 구성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헌법수호청은 튀링겐·작센 지역 AfD를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해 합법적으로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가 없었더라면 AfD가 반이민 정책을 근간으로 한 지방정부를 탄생시킬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티노 그루팔라 AfD 공동대표는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유권자의 바람을 존중한다면 AfD 없는 통치는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정당들은 유권자들이 그런 방화벽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AfD는 끊임없는 반이민 스캔들에 휩싸였습니다.
AfD가 비밀회의에서 외국인 대거 추방 논의를 했다는 의혹도 있었고, 한 AfD 고위 당국자가 나치 무장 친위대 대원이 모두 범죄자는 아니라는 주장을 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이런 스캔들도 유럽연합 회의론과 친푸틴 정당을 지지하는 옛 동독 유권자들의 투표를 막지 못했습니다.
카리스마와 소통 능력 부재로 역대 가장 인기 없는 총리로 꼽히는 숄츠 총리의 존재도 SPD가 고전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독일인의 70% 이상이 숄츠 총리의 리더십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선 숄츠 총리가 이끄는 SPD가 100년 만에 최악의 결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숄츠 총리가 속한 SPD의 득표율은 13.9%로 AfD(15.9%)에도 뒤졌습니다.
이후 공영 ZDF 방송 등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조기총선에 찬성한다는 응답 비율이 절반을 넘기도 했습니다.
숄츠 총리가 이끄는 이른바 '신호등 연정'도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정부로 추락했습니다.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이민 증가, 안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확대 등 유권자들이 두려워하는 이슈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내부 갈등만 노출하는 연정에 반감을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권자들은 특히 독일이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가장 큰 규모의 지원을 하면서도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잇단 전쟁이 촉발한 생계비 위기 속에 연립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도 국민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선거 직전인 지난달 23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졸링겐에서 시리아 이민자의 흉기 난동으로 3명이 죽고 4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집권 연정의 선거운동에 대형 악재가 됐습니다.
숄츠 총리는 지난주 불법 이민 단속을 명령했습니다.
여기에는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이후 첫 번째 아프가니스탄인 추방, 다른 EU 회원국에서 독일로 들어온 망명 신청자에 대한 혜택 축소 등이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보수적인 튀링겐과 작센 유권자들은 숄츠 총리의 불법 이민 단속이 시기적으로 너무 늦고 강도도 약하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숄츠 총리가 조기 총선 압박에 응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연정이 내년 연방 선거까지 비틀거리며 숄츠 총리의 '퇴진'을 지연시키는 것 이외에 아무런 기능도 못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영아 기자 younga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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