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임원들, 경영 실적 평가위원에 식사 접대했다가 징계·과태료

김경필 기자 2024. 9. 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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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옥 모습. /그랜드코리아레저·뉴스1

공기업 임원들이 자사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위원들에게 1인당 3만원 넘는 식사를 접대했다가 징계와 과태료를 받게 됐다. 평가위원들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감사원이 2일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전 사장과 서울사업본부장, 기획조정실장 등 3명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경영평가위원 4명에게 음식물 등 금품을 제공했다.

GKL 같은 공기업은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정부가 위촉한 경영평가위원들로부터 매년 경영 실적 평가를 받는다. 이 평가 결과에 따라 임직원이 받을 수 있는 성과급 규모가 결정되고, 경영 실적이 부진해 2년 연속으로 최하(E) 또는 차하(D) 등급을 받은 공기업 임원은 해임될 수 있다.

GKL은 2022년에 전년도 경영 평가에서 차하 등급을 받아 실적 부진 기관으로 선정됐다. 그러자 당시 GKL 사장이었던 김모씨는 “경영평가위원들에게 GKL의 업무를 ‘이해’시켜야 한다”며, 임원들에게 경영평가위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게 했다.

GKL 임직원들의 접촉 대상이 된 첫 번째 평가위원은 GKL에 대한 2021년도 평가를 맡았던 한성대 A교수였다. GKL 서울사업본부장은 부하 직원으로부터 ‘A교수가 2022년 12월 서울 송파구 한 일식당에서 지인과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 직원 5명과 함께 식당에 찾아갔다. 그는 A교수에게 “우리가 주요 사업인 카지노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들여 열심히 했는데도 2021년도 평가가 기대만큼 잘 나오지 않았다”며 조언을 구했다. 그러면서 A교수 일행 4명의 식사비까지 GKL 법인카드로 총 60만4000원을 결제했다.

GKL 당시 사장 김씨는 이듬해 3월 2022년도 GKL 실적에 대한 평가를 맡은 인천대 B교수의 연구실에 임직원 4명과 함께 찾아갔다. 김씨는 B교수에게 ‘GKL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점심때가 되자 B교수와 함께 중식당으로 가 식사했다. GKL 측에서 방문 약속을 잡자 B교수가 예약해놓은 곳이었다. 식사비 20만원은 김씨가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김씨는 그해 8월엔 다른 평가위원인 C변호사를 지인을 통해 서울 한 식당에서 만나 식사하고, C변호사와 지인 등 3인의 식사비 15만7000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GKL 기획조정실장도 지난해 7월 경영평가위원인 강원대 D교수 연구실을 찾아가 경영평가를 잘 받는 방법을 문의하고, D교수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감사원은 경영평가위원인 A·B·C·D 4명이 음식 대접을 받은 자리에서 나온 식비를 당시 식사 인원으로 나눠, 이들이 각각 3만1333원, 5만2333원, 6만400원, 4만2900원을 접대받은 것이라고 봤다. 당시 청탁금지법상 직무 관련성 있는 사람에게 대접받을 수 있는 식사비 한도는 3만원으로, 모두 청탁금지법을 어긴 것이다.

GKL 측은 감사원에 A·C·D에 대한 식사 접대는 매년 6월 20일까지 이뤄지는 경영 평가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 한 것이어서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경영평가위원들이 전년도 실적에 대한 평가를 마친 뒤에도 그해 말까지 평가위원으로 계속 일하면서 이듬해 평가 지표를 정하는 업무를 한다는 점을 들어, GKL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GKL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영평가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에 각각 김씨와 평가위원 4명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GKL 서울사업본부장과 기획조정실장에 대해선 GKL에 과태료 부과와 함께 자체 징계도 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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