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前서울청장에 금고 5년 구형 "책임 커"…유족 '탄식'(종합2보)

김예원 기자 이강 기자 2024. 9. 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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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억울함 해소해달라" 호소했지만…금고형으로 마무리
보라색 조끼 입은 유족들 눈물…다음달 17일 오전 10시 1심 선고 예정
업무상 과실치사(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4.9.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이강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검찰이 금고 5년을 구형했다. 당시 당직자였던 서울청 112상황관리관 류미진 총경에겐 금고 3년,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 3팀장(경정)에겐 금고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 전 청장에 대해 금고 5년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구형이 끝나자 유가족 측에선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검찰은 "이태원 참사는 경찰 공무원과 구청 공무원의 귀책 사유로 발생했다"며 "김 전 청장은 총괄 책임자로서 사전 대책에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어떠한 이행도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이어 "류 전 총경은 청장 직무를 대리하는 자리임에도 근무 장소를 이탈하고 사적 업무를 보는 등 행동으로 참사 당일 상황실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하게 됐다"며 "정 전 팀장도 사고 직전 여러 차례 접수된 신고를 무시하고 무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등 대응을 지연시켰다"고 부연했다.

구형이 끝나자 김 전 청장은 "일관되고 숨김없이 청문회와 재판에 임해왔다"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드리며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재판관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류 전 총경도 "하루하루 죄책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며 "앞으로 어디에서건 국민을 위해 일할 기회 주어진다면 헌신하며 생활하겠다"고 울먹였다.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전 인파 관리가 필요하다는 실무진 보고를 받았음에도 구체적인 안전관리 지시를 내리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류 전 총경은 이날 당직자였음에도 근무지를 이탈하고 윗선 보고를 지연하는 등 상황 지휘 및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정 전 팀장 역시 '코드 제로'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현장 확인을 소홀히 하는 등 112 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청장 등 3명은 이날 진행된 검찰 측 피고인 신문에서 당시 경찰 총책임자로서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도 여전히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 총괄 책임자로서 안타깝고, 이런 부분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라면서도 "보고서에 시민 안전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제가 사고 전에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인식했다고 보는 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 씨의 어머니 최진희 씨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공판에 앞서 가진 피켓팅에서 발언을 마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4.9.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날 공판장엔 보라색 조끼를 입은 10명의 유가족들이 재판 직전 피케팅을 시작으로 3시간 넘게 이어진 재판 자리를 지켰다.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발언을 들은 유가족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이날 재판장에서 "김광호 등 피고인이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유가족의 억울함을 해소할 길은 없을 것이며 비극은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검사의 구형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주요 책임자에 대한 공판은 오늘 결심을 끝으로 마무리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부실 대응과 관련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선고는 오는 30일로 예정돼 있다. 김 전 청장 등 3명에 대한 선고는 10월에 이뤄진다.

검찰은 지난 7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사고와 인명 피해를 막을 권한이 있었음에도 실질적 조치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등 상부 기관에 경찰 기동대를 직접 요청하는 등의 지시를 하지 않고 부실 대응을 은폐할 목적으로 현장 도착 시각 등을 허위 기재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박 청장은 핼러윈 안전사고 예방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 발생 직후 수습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외에도 검찰은 허위공문서작성및행사 혐의를 받는 정현우 전 여성청소년과장과 최용원 전 생활안전과 경위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을,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는 금고 5년, 박 모 전 112상황팀장에게는 금고 2년 6개월을 선고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실형을 선고받은 건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뿐이다. 박 전 부장은 지난해 11월 이태원 참사 관련 내부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참사 현장이 된 골목에 불법 건축물을 세워 이동에 지장을 준 혐의를 받는 해밀톤호텔 대표 이 모 씨는 지난해 11월 벌금 800만 원을 선고받았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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