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투표 근로자는 고용 못해"…독일 재계가 발끈하는 이유
기업들 "인구 감소 지역 외국인 근로자 필수, 이민자 배척 안 돼"
극우 정당인 AfD(독일을 위한 대안)가 구동독 지역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자 독일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역 경제에 필수적인 외국인 노동자 수급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AfD에 투표한 근로자는 기업이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FT), AFP통신 등에 따르면 AfD는 1일(현지시간)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32.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이웃 작센주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숄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SPD는 두 주에서 6~7%의 득표율에 그쳤고 연립 정부 파트너인 두 정당도 한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AfD가 주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은 작다. 나치의 기억에 대한 트라우마로 다른 정당들이 반이민·친러 성향의 AfD와 협력하기를 꺼린다. 중도우파인 기독교 민주연합(CDU)가 작센주에서 1위, 튀링겐주에서는 2위를 거둔 만큼 이 정당을 중심으로 AfD에 대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상징적 의미는 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극우 단체가 주 선거나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D는 오는 22일 또 다른 옛 동독 주인 브란덴부르크 지방선거에서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 정당의 부상에 독일 정계 못지않게 재계의 우려가 크다. 반이민 정책이 가속하면 외국인 노동자를 수급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작센, 튀링겐주 모두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역이다. 지역 내 인구 감소로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분야의 산업)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필수적이다.
독일 가족기업협회장인 마리-크리스틴 오스터만은 한델스블라트 칼럼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이번 선거로 튀링겐과 작센은 경제적 재앙 직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이 없다면 튀링겐과 작센은 곧 불이 꺼진다"며 "요양원, 병원, 레스토랑 운영이 지금보다 더 많이 제한될 것"이라고 짚었다.
튀링겐은 향후 10년간 100만명의 노동 인구 중 38만5000명이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4개의 일자리 중 1개가 더 이상 채워질 수 없다는 뜻이다. 작센주도 상황이 심각하다. 2033년까지 5명 중 1명이 은퇴해 36만6000명의 노동력이 사라진다.
그러나 AfD 정당의 튀링겐주 당수인 비요른 호케는 지난주 연설에서 '미텔슈탄트'(인력 500명·매출 5000만유로 미만의 독일 경제를 이끄는 중소기업)가 시작한 '독일산, 다양성'(Made in Germany, made by Vielfalt) 캠페인을 조롱했다. 그는 "기업은 정치에 관해서는 그냥 입을 다물어야 한다"며 "이 기업들이 매우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기를 바란다"고 저주를 퍼부었다.
튀링겐주 가족기업협회장인 콜레트 부스-존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항상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며 "호케와 AfD가 얼마나 기업에 반대하는지 분명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극우 정당에 투표한 근로자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기업까지 등장했다. 독일 다국적 미디어회사 베르텔스만의 토마스 라베 CEO는 "어떤 형태의 차별도 우리의 행동 강령과 다른 많은 규칙에 따라 용납될 수 없다"며 "AfD에 속한 사람들은 제가 보기에 이러한 요구 사항에 맞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에게 적합한 고용주인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주 졸링겐 시내 축제장에서 발생한 칼부림 테러 공격은 AfD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숄츠 내각은 이후 테러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특정 공공 행사와 기차역에서 칼 소지를 금했다. 30일에는 외국인 범죄자 28명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추방했는데 이는 탈레반 집권 이후 처음이다. 숄츠 총리는 앞으로 1주일 동안 이민을 줄이고 추방을 늘리기 위한 조치를 보수 야당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U(유럽연합) 통계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 32만9035건의 망명 신청이 접수됐다. 이는 프랑크푸르트 인구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2016년 유럽 난민 위기가 절정에 달한 이래 가장 높은 연간 수치다. EU 망명 신청자의 약 3분의 1이 독일에 정착한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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