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도 두려움도 크다" 10년 동안 성장했다는 홍명보 감독..."실패에 머무르지 않으려 노력했다"[고양톡톡]
[OSEN=고양, 정승우 기자] "실패에 머무르지 않고 이겨내기 위해 축구장 안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며 배웠다."
홍명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10년 전 아픔을 숨기지도 외면하지도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2일 오후 5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첫 훈련에 돌입했다.
이날 훈련에 임한 선수는 K리그에서 활약하는 12명을 포함한 총 19명으로 2일 새벽 소속팀에서 경기를 치른 김민재, 이강인를 비롯해 손흥민, 황희찬, 황인범, 설영우, 이한범 등 해외파는 뒤늦게 합류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홍명보 감독은 "10년하고도 조금 더 됐다. 아침에 집을 나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운동장에 서 있는 게 10년 만이다 보니까 설렘도 있었다. 또 선수들을 만나 앞으로 이 대표팀을 이끌어가는 생각도 많이 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좀 많이 있다. 예전에 경험을 한 번 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나오는 두려움이 있다. 그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두려움이 참 많이 있다. 10년 전하고는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홍명보 감독은 "실패를 한 번 해봤기 때문에 거기에서 나오는 생각들이 좀 더 있다. 그만큼 많은 경험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다시 올 수 있었던 건 그래도 실패에 머무르지 않고 이겨내기 위해 축구장 안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며 배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감사한 마음도 든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여러 경험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그 경험을 통해서 나오는 모든 것들의 결과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와 2002년 월드컵 나갈 때 마음은 180° 이상으로 차이가 많이 났다. 지금도 그런 상태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10년 전에 비해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홍명보 감독은 "여러 가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흰머리도 예전보다 훨씬 많이 났다. 요즘 사진 보니까 '굉장히 젊었다'라는 느낌도 들고 한다. 외적인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내적인 것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물론 그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외에 다른 것들이 대표팀 감독을 하는데 많이 작용했다. 지금은 10년 전보다 여러 경험을 통해서 많이 배웠고, 그때보다는 훨씬 더 감독으로서 성장한 느낌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훈련은 총 19명으로만 치른다. 완전체로 소화하는 훈련은 사실상 오는 4일 하루밖에 없는 셈. 홍명보 감독은 "그동안 꾸준히 그랬다. 충분히 알고 해왔다. 물론 주축 선수들이 며칠 휴식할 수 있느냐가 많은 영향을 끼친다. 내일 도착하다 보니까 4일 하루 훈련하고 경기해야 한다. 한번 지켜보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선수들과 대화를 나눠서 어떤 게 정말 팀을 위해서 좋은 건지 내일 얘기를 나누겠다. 선수들과 좋은 방향을 찾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선수를 위해서도 우리 팀을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주장 완장은 변함없이 손흥민의 몫이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게 왼쪽 측면에서 공간을 활용하는 거다. 충분히 알고 있다. 다른 선수들과 조합이 굉장히 중요하다. 오늘 소집된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간단하게 얘기를 하고, 내일 들어온 선수들은 내일 시간을 갖겠다. 경기하고 돌아온 선수들의 피로도 있을 것이다. 내일 방법을 찾는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아직 팀 미팅은 하지 않았다. 몇 가지 요소를 차분히 정리해서 전달하려 한다. 많은 분들이 선수들 개개인 능력은 최고라고 한다. 하지만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응집력이 있어여 재능을 잘 보여줄 수 있다. 그 부분을 선수들에게 얘기하고, 개인적인 부분과 팀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나눠서 명확히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전술적으로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경기가 될 팔레스타인과 데뷔전이다. 홍명보 감독은 "모든 경기가 마찬가지다. 다 중요한 경기다. 내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경기라기보다는 지금 대한민국한테 굉장히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월드컵 3차 예선이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가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경기다. 지금 대한민국에게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홍명보 감독을 많이 무서워하는데 어떻게 접근할 계획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러자 홍명보 감독은 "그렇지 않다. 난 선수들과 말 많이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잘하면 특별히 얘기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아무래도 내 이미지가 그럴 수 있다. 내가 친근하게 대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그동안 같이 했던 선수들이 몇 명 있으니 그 선수들이 좀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강조하고 싶은 규율은 무엇일까. 홍명보 감독은 "기본적으로 밖에 보여주는 규율을 선호하지 않는다. 굉장히 자유스러움을 좋아하는 편이다. 다만 10년 전에는 국내파와 해외파 등 팀 내에 여러 문제도 있었다. 당시 양복을 입고 오라고 한 가장 큰 이유는 양복을 입게 되면 마지막에 한번 거울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자기가 어떤 마음으로 들어와야겠는지 알면 좋겠다는 메시지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선수들이 다 해외에서 오고 피곤하다. 비행기에서 열 시간 넘게 양복을 입고 오라는 건 말도 안 된다. 난 자유스러우면서도 그 안에 보이지 않는 규율이 딱딱 정해져 있는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거 하면 돼', '안 돼'가 아니라 두세 가지 카테고리를 정해놓고 선수들이 명확하게 알 수 있고, 그 선을 지키면서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해야 될 것"이라며 "선들이 컨디션 조절만 해서 좋은 경기력만 생각할 수 있도록 어떤 규칙, 문화를 만들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홍명보 감독은 먼저 소집된 엄지성, 양민혁 활용 방안에 대해 "하나의 방법이다. 아무래도 유럽파 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경기하고 다시 열몇 시간 날아가서 경기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선수 풀이 정말 넓다면 유럽파는 중동으로 들어와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다시 가는 방안도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선수들 컨디션을 최대한 잘 고려하면서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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