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씨왕후’ 외설과 파격사이[스경X이슈]
제작비 300억원으로 화제를 모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우씨왕후’가 외설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9일 베일을 벗은 ‘우씨왕후’에서는 우씨왕후(전종서)가 자신의 목숨을 지키고 가문의 멸족을 막기 위해 자신의 남편이 될 새 왕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그려졌다. 우씨왕후는 건장한 남성 무도인들도 여럿 해치우는 무술에 능한 캐릭터인데다, 재빠른 판단력과 영리함으로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4회까지 공개된 파트1 에선 왕의 죽음과 함께 우희(전종서)가 가문을 위해 언니 우순(정유미) 대신 둘째 왕자 고남무(지창욱)에 자처해 시집을 와 왕후가 된 과거, 그리고 야생을 사랑하는 왕과 왕후 두 사람의 끈끈한 사랑이 그려졌다. 또 우씨왕후를 바라보는 을파소(김무열)의 묘한 감정, 우씨왕후의 친언니이자 태시녀로 질투에 가득찬 우순(정유미)의 갈등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촘촘하게 그려졌다.
첫 도전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전종서의 사극톤과 에티튜드도 나쁘지 않았고, 어느 작품에서도 모자르거나 넘침 없이 100% 제 몫을 하는 지창욱의 연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김무열의 역할도 호기심을 자아냈다.
드라마는 방영 전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에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지만, 이는 기우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딫혔으니 바로 외설 논란이다. ‘우씨왕후’의 외설논란은 이미 예견된 것, 혹은 의도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극임에도 OTT 티빙에 ‘청불(청소년 관람불가)’로 편성됐기에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역대급 수위일 것이라는 추측이 돌았다.
그러나 피가 튀기고 살점이 도려지는 전쟁신이나 남녀 주인공의 베드신은 그렇다 쳐도, 불필요한 동성 성관계 장면이 필요 이상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드라마는 도마위에 올랐다.
과거 동성 성관계 장면으로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몰고 온 작품은 배우 김민희와 김태리의 욕조 정사 신으로 유명한 영화 ‘아가씨’(2021), 그에 앞서는 조인성 주진모의 ‘남남 베드신’으로 길이길이 화자되고 있는 ‘쌍화점’(2016)등이 있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나 ‘쌍화점’ 은 동성 주인공의 관계와 심리 묘사를 위해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평가 받는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개봉 당시 베드신에 대해 “이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사랑이 중요했다. 하녀와 아가씨의 정사신은 여성끼리의 사랑을 배려하고, 서로의 즐거움을 위해 노력하도록 표현을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개봉 후 해당 장면이 논란이 되지 않은 것은 이 같은 박 감독의 설명에 대중 역시 공감했기 때문이리라.
‘쌍화점’의 경우 고려 말 사료에 기록된 왕의 동성애를 영화화 한데다 아름다운 영상 연출로 외설 보다는 파격이라는 표현이 더 많이 쓰였다. 또 수위와 관련해 논란은 청춘스타 조인성의 도전이라는 것에 방점이 더 찍혔다.
‘우씨왕후’가 대중으로부터 ‘노출을 위한 노출 신’으로 비난 받는 이유는 우순과 대사제의 동성 베드신이 환각 혹은 상상으로 인한 장면임에도 불필요하게 길었다는 점, 또 노출이나 앵글 등이 너무 적나라해 불편함을 자아낸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다. 격렬한 기도 끝에 드러난 여배우의 젖가슴, 헐벗은 시녀들의 얼음 마사지 장면 또한 눈을 의심하게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비난 여론이 줄을 이었다. 연예 커뮤니티 덕후엔 “보다 불쾌해서 껐다” “너무 길고 뜬금없었다” “작품이 너무 멋지고 훌륭한데 노출신이 깎아 먹은 느낌” 등의 의견을 냈다.
작품을 시청한 50대 남성 H씨는 “알몸에 눈 가리고 얼음 마사지를 하는 장면을 찍은 단역 배우들은 성인물 배우인가. 그렇지 않다면 현타가 왔을 것 같다”면서 “조연이나 단역 여성 배우들의 노출로 초반 볼거리를 만들어 시선을 붙들려는 것은 너무 구태의연한 방식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문제작이 될 것인가, 레전드 OTT사극으로 불릴 것인가는 이후 펼쳐질 Part2에 달렸다. 12일 공개.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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