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6명 사망에 들끓는 이스라엘... “즉각 휴전하라” 70만명 시위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최근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이스라엘 전역에서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 시위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그간 휴전 협상에 미온적이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민심에 굴복해 협상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루살렘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일 텔아비브·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각지에서 70만명 규모의 시위대가 거리로 뛰쳐나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전시 내각을 향해 “즉각 휴전 협상에 나서 인질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에선 지난해 10월 이후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열려 왔지만 이번만큼 규모가 커진 적은 없다고 미국 CNN 등이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 방위군이 지난해 10월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6명이 가자지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발표하자, 휴전 협상을 사실상 거부해온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현재 가자지구에 남은 이스라엘 인질은 100여 명(사망자 포함)으로 추정된다. 시위대는 인질들 사진과 함께 ‘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라’ ‘인질 사망은 네타냐후의 책임’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일부 시위대는 이스라엘 국기로 덮인 관을 어깨에 메고 텔아비브의 방위군 본부 앞에 모여들었다. 네타냐후의 가면을 쓰고 ‘나는 살인자’라고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시위에 참가한 요탐 피어(24)는 “인질 6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더는 침묵할 수 없었다”며 “우리에게 (휴전 아닌)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영국 BBC에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시위대가 점거한 텔아비브 아얄론 고속도로에 경찰이 섬광탄을 투척해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최대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해 벤구리온 국제공항 등 주요 기간 시설도 마비됐다. 전국 교사 단체도 파업에 동참했고, 주요 법률 사무소들은 일제히 “시위 참가자들에게 무료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불법 무력을 행사한 경찰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이번 파업으로 25억 셰켈(약 9200억원)의 경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국제사회도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이스라엘 민심에 가세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시급히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는 미국·이집트·카타르 등의 중재로 지난달 24~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 협상을 벌였지만 빈손으로 끝났다.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해 달라는 하마스의 요구를 이스라엘이 거부했고, 이에 하마스도 휴전안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미국이 이집트, 카타르 등과 최종 협상 윤곽을 논의 중”이라며 “당사국이 이를 받아들일지에 모든 결과가 달렸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에서 “인질을 죽인 살인자들은 휴전 협상을 원치 않는다. 이스라엘은 협상을 위해 중재국들을 만나고 있으나 하마스가 모든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며 책임을 하마스에 돌렸다. 그러나 네타냐후가 성난 민심에 굴복해 미국 등이 제시한 최종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P는 “인질 6명 사망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네타냐후에게 새로운 차원의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에 미온적인 네타냐후와 전쟁 발발 직후부터 대립해 온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시 내각 회의에서 “부상자(인질)를 계속 남겨두는 건 도덕적 수치”라며 “인질이 살아있길 바란다면 이제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도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을 구출하는 건 어려운 일이며 협상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가자지구 중부 등에선 어린이들의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위한 일시 휴전이 이뤄졌다. 다만 휴전 지역 밖에선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이어졌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를 노린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어린이 등 1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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