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택과 집중의 시간' 기로에 선 삼성 가전…저가 라인 구조조정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4월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주방 가전·가구 전시회 '유로쿠치나 2024'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생활가전(DA)사업부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일부 저가 라인업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가전업체들의 저가공세가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되자 프리미엄 제품군 위주의 '선택과 집중'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물류비·원가절감 등 소극적인 대응에서 한발 더 나간 것으로, 생활가전사업 부문의 재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부문 DA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경영 컨설팅사인 A사에 생활가전 사업 수익성 강화에 대한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A사는 세탁기와 냉장고를 비롯한 일부 제품 비(非)프리미엄 라인의 효율화를 삼성전자 DA사업부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A사는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생산기지인 광주사업장 방문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일부 모델 수 조정 대상 제품의 리스트를 작성해 전달했다. 해당 제품들은 대부분 세탁기와 냉장고 등의 보급형 제품들이 주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갑작스러운 결정'이라는 내부 반발에 부딪쳤다. 이에 삼성전자 DA사업부는 동시다발적 단종보단 소비자 권익 보호를 우선에 둔 장기적, 점진적 모델 수 조정에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일단 삼성전자 DA사업부는 원가절감에 기반한 다양한 수익성 강화 방안 모색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 개최된 삼성전자 DA사업부의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도 이같은 고민이 묻어난 바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앞세운 인공지능(AI) 가전은 판매량이 양호했지만 일반 가전에서 고전하면서 생활가전 사업 궤도 재설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DA사업부는 글로벌 전략회의 당시 경기침체로 가전 교체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원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중국 외주를 늘리고 제품별 디자인 및 색상 등 옵션을 축소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삼성전자는 현재 가전 브랜드를 △데이코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 △비스포크로 운영하고 있다. 데이코는 빌트인 전용인 최상위 프리미엄 제품 브랜드이며, 비스포크는 2019년 삼성전자가 '가전을 나답게'라는 슬로건으로 내놓은 맞춤형 가전 라인업이다.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은 비스포크의 프리미엄 라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간 자주 외부의 유명 컨설팅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해왔다"면서도 "모델 수 조정까지 언급됐다는 것은 생활가전 사업이 그만큼 중대기로에 놓였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해당 관계자는 중국 가전업체인 메이디와 하이얼 등이 안방인 중국을 비롯해 인도, 브라질, 중동·아프리카 등 해외시장에서 중저가를 무기로 공략에 나서면서 유럽·북미 등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DA사업부가 시장 선점에 나선 AI가전을 필두로 기업간거래(B2B), 빌트인 등 제품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 지배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가전 도입으로 삼성전자의 '초연결' 구상이 실현되면서 가전사업의 수익성 제고에 도움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생활가전 업계 최대 격전지인 북미와 유럽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 연속 현지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4분기에도 매출 기준 점유율 20.9%를 차지했다. 유럽 19개국 전자레인지 판매량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15.3%로 지난 2015년부터 1위를 기록 중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