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문화도시'의 변신…안동 바이오·경주 SMR 국가산단 속도 낸다
경주, SMR 특화…기존 인프라와 연계해 SMR 생산·수출 허브로
(안동·경주=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문화도시'로 알려진 경북 안동과 경주가 바이오와 원자력 산업을 기반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
지난해 3월 안동은 바이오생명, 경주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 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된 뒤 산단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연달아 국가산단 예정 부지를 찾았다.
안동 바이오산단, '의료용 대마' 신산업 키운다
경북도청에서 차로 15분가량 달리면 안동 바이오 국가산단 예정지인 풍산읍 노리에 닿는다.
지금은 농지와 구릉지가 대부분이지만, 경북도청 신도시에서 동측으로 10㎞, 안동시청 등 구도심에선 서측으로 10㎞가량 떨어져 있어 기존 도시 인프라를 활용하기 용이한 자리다.
안동 바이오 국가산단은 15개 신규 산단 중 기업 수요가 확실해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가 면제된 용인 시스템반도체·전남 고흥 우주발사체·경북 울진 원자력수소 산단 다음으로 추진 속도가 빠른 곳이다.
지난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예타를 신청했다.
안동 산단은 백신과 의료용 대마(헴프·HEMP) 산업 육성에 특화한다.
올해 11월 예타를 마치고, 2025년 산업단지계획을 승인받은 뒤 2026년 상반기부터 보상에 착수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2027년 착공, 2031년 완공이 목표다. 총사업비는 3천185억원 규모다.
안동이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된 것은 20년간 꾸준히 바이오 관련 시설을 집적해왔기 때문이다.
경북 바이오 일반산단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유한건강생활, 한국콜마 등 바이오 분야 주요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 기업들을 2001년 문을 연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을 비롯한 연구기관들이 뒷받침한다. 지난해 11월에는 고가의 바이오 의약품과 백신 생산 설비를 보유하기 어려운 벤처·중소기업의 비임상시험(동물실험)을 지원하는 백신상용화기술센터가 문을 열었다.
조동훈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전략기획실장은 "바이오·백신산업 특화 단지 안에 후보 물질 최적화부터 임상시험, 인허가, 생산에 이르는 전체 파이프라인이 구축돼있다"며 "지원센터와 연구기관을 활용해 대기업이 투자하는 환경 속에서 중소·벤처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은 지난 6월 바이오 분야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인허가 신속 처리, 산업 기반 시설 설치, 세액공제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안동 국가산단에는 지금까지 52개 기업이 입주 의향을 표했으며, 입주 협약(MOU)을 맺은 기업은 3개사다.
이미옥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구경북지역본부 차장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단 부지를 조성 원가인 평당 70만원 수준으로 분양하는 것으로 안동시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산단 진입로 조성 등을 지원해 산단과 배후 주거지와 산단 사이 이동을 원활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경주, '에너지산업 게임체인저' SMR 전초기지로
경주 SMR 국가산단은 문무대왕면 도산리 일원 46만평(150만㎡) 땅에 자리 잡는다.
인근을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원자력발전소,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원자력 관련 공기업·대학·연구기관이 둘러싸고 있다. 조만간 원자력 연구개발(R&D)의 거점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도 들어선다.
경주 SMR 산단은 기존의 원자력 산업, R&D 인프라와 연계한 'SMR 허브'로 만드는 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목표다.
SMR은 대용량 원자로(출력 규모 1천200∼1천600㎿)에 비해 전기 출력 규모가 300㎿ 이하로 작고, 동일 원자로를 복제해 모듈 개념으로 만든 차세대 원자로다.
기존 대형 원전의 장점은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높은 안전성과 경제성, 주민 수용성을 기대할 수 있어 한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중국에서 치열하게 시장 선점을 위한 SMR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SMR은 바다에서 대규모로 냉각수를 끌어올 필요가 없어 입지 선정에 제약이 적으며, 냉각제 배관 파손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낮다.
1기당 투자비는 3조원대로, 기존 원전보다 적고 건설 공기도 기존 원전은 56개월인 반면 SMR은 24개월 정도다. 기술 발전에 따른 경량화와 발전 용량 증가도 가능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28년 표준설계 인가를 목표로 혁신형 SMR을 개발하고 있다. 2030년대 중반까지 최초 SMR 1호기를 완공한다는 게 목표다.
경주 국가산단은 여기 발맞춰 한국형 SMR 생산과 수출이 가능한 곳으로 조성한다. 총사업비는 4천900억원가량이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에서는 이미 150개 기업이 입주 의향을 표했다. 부지 분양가는 평당 1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올해 안에 국가산단 지정을 위한 공공기관 예타를 신청할 예정이다.
김재경 LH 지역균형본부장은 "안동과 경주에 들어설 국가산단은 지역경제를 이끌어 나갈 초석이 될 것"이라며 "LH는 지자체와 협력을 바탕으로 사업 준비 기간을 3분의 1로 단축해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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