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빠진 초유의 개원식…與野 갈등 현안만 산적
대통령실 "살인자 망언 사과도 없어" 尹 불참
여야 앞에 쌓인 정쟁 사안…이견만 확인 계속
[이데일리 이수빈 김기덕 한광범 기자] 극한 대립을 이어오던 국회가 2일 제22대 국회 시작 3개월 만에 개원식을 열었다. 87년 체제 이후로 처음으로 대통령이 개원식에 불참하며 정부·여당과 야당의 갈등을 그대로 노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회담’도 열었지만 이 대표의 ‘계엄령’ 발언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이어지며 여야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서 열린 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진행한 후 “개원식은 국회와 국회의원의 존립 근거가 헌법과 국민, 국익에 있다는 것을 되새기고 다짐하는 자리”라며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께 드리는 약속이자 국회법상 의무인 국회의원 선거를 이제야 했다.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처럼 양당 대표회담도 있었고, 오늘 개원식에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했다면 국민이 보기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발언했다.
우 의장은 “제22대 국회는 유례없는 여소야대 국회다. 다수당으로서의 부담감과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며 “정부에게도 책임 있는 자세, 진전된 자세를 보여 달라고 요청한다.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 국정운영에 성과를 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불참 이유에 대해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시키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며 “대통령을 불러 피켓 시위하고 망신주기 하겠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연 참석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특히 “‘살인자’ 망언을 서슴지 않고 사과도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에 “국민과는 담을 쌓고 오직 자신의 갈 길을 가겠다는 오만과 독선의 발로”라며 “거부왕 대통령의 국민 거부, 국회 거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맹폭했다.
李 ‘계엄령’ 발언과 文 수사까지, 얼어붙은 與野
미뤄둔 개원식을 열고 100일간의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여야의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전날(1일) 있었던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에 자꾸 계엄 얘기가 나온다”며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근거와 답을 제시해달라. 그러면 우리도 막겠다”며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거짓이면 국기문란”이라고 반박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민주당이 만들고 민주당이 퍼뜨리는 가짜뉴스”라고 힐난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하고 수사하자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형적인 망신주기이자 국정 실패에 대한 국민의 여론과 관심을 돌리려는 눈속임 공작수사”라며 “민생과 국민의 생명에는 관심 없고 오직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된 괴이하고 악랄한 정권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양당은 채해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 지원법’(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채해병 특검법의 경우 1일 대표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며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안’ 역시 추진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로 재표결을 남겨둔 전국민 25만원 지원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취약계층을 위한 생계급여를 확대한 만큼 이 부분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말하는 민생지원이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또 선별적으로 내년 예산에 넣고 있다”며 “민주당 안처럼 일회성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은 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지급에 대해 “보편지급이 문제라고 한다면 선별지급, 차등지급까지도 수용할 수 있으니 논의하자고 했는데, 이것은 한 대표의 결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항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과 대화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수빈 (suv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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