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 공격당한 러시아, '핵 사용' 또 으름장…"서방 도발 탓"(종합)
"핵교리 개정될 것이라는 가장 명확한 언급" 평가…우방 中 "냉정·자제해야"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정성조 특파원 = 지난 달 이뤄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깜짝 공격으로 전황이 더욱 격화한 가운데 러시아가 핵 사용 원칙을 담은 핵 교리(doctrine)를 개정할 것이라는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 차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의 도발 확대에 대응해 핵무기 사용에 관한 교리를 개정할 것이라고 국영 타스 통신에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타스에 "작업은 진전된 단계에 있으며 개정하려는 분명한 의지(intent)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서방 적들의 도발 확대 과정과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20년 대통령령 형식으로 제시한 러시아 핵 교리에는 러시아가 적의 핵 공격을 받거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공격이 있을 경우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일부 강경한 러시아 군사 분석가들은 서방의 적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핵 사용 문턱'을 낮출 것을 촉구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교리는 살아있는 것이며,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교리 수정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로이터는 랴브코프 차관의 이번 발언은 "개정이 실제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가장 명확한 언급"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 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로 진격하면서 양측 전투가 더욱 격화한 가운데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달 6일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를 급습, 한 달 가까이 일부 지역을 장악하며 현재 1천300㎢에 가까운 러시아 영토를 통제하고 있다.
이에 관해 전문가들은 핵무기도 없고 군사력에서도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칠 수 있었던 것은 예상 밖의 전개라고 평가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핵보유 선언국이 다른 국가 침공과 영토 점령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 이를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사람은 "역사상 직면한 적 없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서방에 견제 메시지를 발신했다.
그 뒤 서방을 '핵 위협'으로 간주하는 여러 성명을 발표하고, 우방이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 자국의 전술핵 미사일을 배치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전차와 장거리 미사일, F-16 전투기 등을 공급하며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강화하는 것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소위 '레드라인'이라는 순진하고 공허한 개념이 무너지는 걸 목격하고 있다"며 서방에 장거리 미사일 제한 해지와 추가 무기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보도된 한 인터뷰에서 서방이 "너무 멀리 가고 있다"며 러시아는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개정된 핵 교리가 언제 준비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국가안보를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측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업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관한 것은 다소 어려운 질문"이라고 타스에 말했다.
러시아의 최대 우방인 중국은 러시아가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수 차례 핵무기를 사용해선 안 되고 핵전쟁을 해선 안 된다고 천명해왔다"며 "러시아 지도자는 2022년 1월 '핵전쟁 및 군비경쟁 방지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핵전쟁에선 승자가 있을 수 없고, 핵전쟁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현재 정세에서 각 당사자는 응당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으로 국면의 완화와 전략적 리스크 경감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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