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뿌리정신 되살리는 LG

강계만 기자(kkm@mk.co.kr) 2024. 9. 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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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래이. 가령 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이 섞여도 다른 아흔아홉 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개를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을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

올해 5월 말 미국 테네시주 LG전자 첨단 세탁기 공장에 방문했을 때 2층 대회의실 벽면 액자에서 봤던 고 연암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품질경영 어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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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래이. 가령 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이 섞여도 다른 아흔아홉 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개를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을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

올해 5월 말 미국 테네시주 LG전자 첨단 세탁기 공장에 방문했을 때 2층 대회의실 벽면 액자에서 봤던 고 연암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품질경영 어록이다. 구 창업회장이 1947년 LG그룹 모태인 락희화학공업(현 LG화학)을 설립한 이후 이듬해 럭키크림 생산공장에서 불량품을 점검하며 했던 발언이다. 그의 말은 영어로 번역돼 미국인들도 읽어볼 수 있다. LG전자는 모든 해외 사업장에서 창업회장 어록들을 한국어와 현지어로 전파 중이다.

창업정신을 되살리려는 LG 뿌리 찾기는 재계에서도 남다르다. '기업이 국가 번영에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창업회장 신념은 연암문화재단으로 이어져서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한다. 창업회장이 다녔던 경남 진주 지수초등학교는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메카로 평가받을 정도다. 구 창업회장의 경영철학은 개척·인화단결·기술개발 등 3대 정신으로 요약된다. 이는 고 구자경 명예회장, 고 구본무 선대회장, 구광모 회장 등 4대째 이어지는 LG DNA로서, 지난 77년 역사에서 많은 시련을 기회로 바꾸는 원동력이었다. LG는 1999년 외환위기 때 정부의 강제 빅딜로 알짜 반도체 사업을 팔아야 했고 LIG, LS, GS, LX 등 '범LG가'로 순차적으로 분가하면서도 4대 그룹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이 LG를 강하게 짓누른다. LG화학은 업황 부진으로 실적 악화에 직면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로 주춤하고 있다. 한때 200조원에 육박하던 LG그룹 시가총액도 20%가량 줄었다. 맨손으로 일궈낸 창업주의 도전정신이 절실히 다가오는 시점이다.

LG그룹은 4~5일 락희화학공업의 락희(樂喜)를 오픈 이노베이션 관점으로 재해석해 'PLAY FIRST-즐거운 혁신이 세상을 만든다'를 주제로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 행사를 연다. LG그룹은 40여 개 스타트업과 미래 기술 혁신 아이디어로 투자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 제2의 LG를 키우려는 취지다. 이를 통한 창의적 사업 기회들이 LG에 활력을 불어넣고 동반성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강계만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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