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닮아가는 해리스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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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센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DNC)의 외신기자 브리핑 마지막 순서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나섰다.
지금까지의 지지세를 견인해온 것은 해리스라는 인물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반(反)도널드 트럼프 정서'가 기화점이라는 분석이다.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트럼프에 근소하게 앞섰지만, 판세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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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표심 잡기 경쟁 가열
해리스는 불법이민 강경 대응
트럼프는 낙태권 옹호 움직임
11월까지 태세전환 계속될듯
지난달 22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센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DNC)의 외신기자 브리핑 마지막 순서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나섰다. 자국 언론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정치 행사에서 이 정도 중량감과 영향력을 갖춘 인물의 방문은 이례적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외신기자센터도 일찌감치 만석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이끌어낸 노련한 정치인답게 대부분 답변은 '모범답안'이었다. 다만 그가 선거에 임하는 의지는 분명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결정을 계속 내려야 한다. 우리는 모든 당원에게 총력을 다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새 대선후보로 지명된 이후 상승 곡선은 뚜렷하다. 지금까지의 지지세를 견인해온 것은 해리스라는 인물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반(反)도널드 트럼프 정서'가 기화점이라는 분석이다.
DNC에 전현직 대통령들이 총출동한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DNC 현장에서는 우연이라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몇 가지 있었다. 바이든은 시카고에서 첫째날 연설을 마치고 곧장 캘리포니아로 떠나버렸고, 해리스는 버락 오바마 부부의 연설이 있던 둘째날 이들을 만나는 대신 밀워키로 향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파열음은 없었다. 그 대신 모두가 한목소리로 해리스를 지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선거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DNC 이후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는 감지되지 않는다.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트럼프에 근소하게 앞섰지만, 판세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다. 팽팽한 양측의 균형은 결국 중도층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공화당원을 내각에 임명하겠다거나,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고 셰일가스 시추 방식인 수압파쇄법(프래킹)에 찬성한 것도 중도층을 겨냥한 것이다. 지지층의 분산을 막고 유권자를 포괄할 수 있는 '빅 텐트'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무소속 대선후보였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를 끌어낸 트럼프도 같은 전략이다. 낙태권을 비롯한 '여성의 권리'가 명확한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트럼프는 낙태권을 옹호하는 발언을 반복해 내놓고 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민주당 인사를 등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해리스 캠프 선대위원장인 젠 오맬리 딜런은 당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해리스를 '분명한 언더독(약자)'이라고 칭했다. 그는 메모에서 "트럼프는 2020년 이후 더 많은 지지와 동기부여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5일 대선까지 60여 일간 두 후보의 입장은 계속해서 닮아갈 것이다.
[최승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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