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의 신데렐라’, 2024년 ‘여성향 판타지’ 서사의 절정[봤다 OTT]
올해 상반기 TV 드라마 판도를 제패했던 tvN의 흥행 3연타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 ‘눈물의 여왕’(이하 눈여),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를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등장한다.
적어도 여성 시청자의 시점에서 보면 ‘완벽한’ 남자 주인공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내남결’에는 밉상 박민환(이이경)이 있긴 했지만, 주인공 강지원(박민영)의 곁에는 유지혁(나인우)가 있었다. 강지원의 복수를 조력하면서 마음의 온기마저 채워주는 훈훈한 ‘남주’였다.
‘눈여’의 백현우는 유지혁이 가진 조력의 이미지에다 그동안 여자주인공이 단골로 맡곤 했던 ‘꿋꿋한 신데렐라’의 이미지를 이어받았다. 훌륭한 외모에 착하기까지 했다. 홍해인(김지원)이 ‘눈물의 여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곁에서 기꺼이 눈물을 흘려줄 수 있는 백현우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었다.
‘선업튀’의 류선재(변우석)은 조력의 이미지에 선함, 훈훈한 외모에 여성 시청자라면 피해 나갈 수 없는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주인공 임솔(김혜윤)에 30㎝ 큰 키였지만 기꺼이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뒤에서 감싸주는데 두려움이 없었다. ‘선업튀’의 성공이 드라마 형식의 성공이라기보다는 류선재 캐릭터 개인의 성공에서 비롯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는 반응도 많다.
결국 연이어 안방극장을 장식하는 ‘착한 남주’의 등장 그리고 이들 작품의 성공은 드라마를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길’을 떠올리게 했다. 나쁜 남자에 더는 흔들리지 않는 지금의 여성 시청자들, 그리고 그들의 감정 깊숙한 곳을 건드릴 수 있는 요소를 갖춘 캐릭터의 발굴에 뒤를 돌아보지 않게 됐다.
지난달 24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시리즈 ‘새벽 2시의 신데렐라’는 이러한 ‘여성향 판타지’의 정점을 보여준다. 여성시청자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모습의 남자주인공이 여성시청자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행동을 연이어서 한다. ‘이래도 내게 넘어오지 않겠니?’하는 극 중 주인공의 행동은 여주인공을 향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을 향한 것이다.
쿠팡플레이와 함께 채널A에서도 주말극으로 선보이고 있는 ‘새벽 2시의 신데렐라’는 아이고메 작가의 웹소설 ‘새벽 두 시의 신데렐라’가 원작이다. 이 작품은 산차 작가의 글·그림으로 웹툰으로도 거듭났고, ‘보라 데보라’의 서민정 감독, ‘막돼먹은 영애씨’ 출신 오은지 작가의 필체로 실사화됐다.
‘또 로맨틱 코미디야?’라고 반응할 이들을 위해 드라마는 꽤 신선한 설정들을 배치했다. 우선 이른바 ‘혐관’ 즉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서로 혐오하는 관계로 시작한 이들이 연인이 되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서사를 배격했다. 이 드라마는 이미 1년 반 이상을 만난 연인이 서로의 신분이 드러나고 본격적인 방해를 받으면서 시작한다.
한 재벌그룹 계열사 카드사의 마케팅 팀장인 하윤서(신현빈)는 팀의 막내였다 저돌적인 플러팅으로 연인이 된 서주원(문상민)이 그룹 오너의 3세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어머니에게 돈을 받고 헤어짐을 종용당한다. 신분의 차이를 인정하고 두 달 안에 조용히 헤어지려던 계획은 계속 의지를 갖고 달려드는 연하남 주원의 모습에 어려움을 겪고, 두 사람은 결국 차이를 넘어서는 사랑을 시작하려 한다.
일단 남자주인공 서주원이 모든 면에서 여성향 판타지를 충족한다. 배우 문상민은 190㎝가 넘는 키로 ‘큰 피지컬에 소년의 얼굴’인 ‘문짝남’의 판타지를 충족하고, 재벌 3세임에도 사려 깊고 섬세한 성격을 갖고 있다.
극 중 4살 연하로 설정된 주원이 윤서에게 반존대를 하거나 ‘누나’ ‘자기’ ‘팀장님’ 등의 호칭을 섞고, 시도 때도 없이 그윽한 눈빛을 날려주면 이 마수(?)에서 벗어날 여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주원은 능력도 있고, 자신의 사랑을 재단하려는 어머니와 대립하는 등 줏대도 있다.
극은 시종일관 헤어짐을 생각하는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의 사려 깊음과 배려를 절감하며 다시 죄책감에 빠지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게다가 제작진은 본부장으로 승진하는, 원작에도 없는 설정을 가미해 ‘재벌남주’ 판타지를 더욱 부채질한다.
하지만 재벌임에도, 잘생겼고 키가 큼에도 착하고 사려 깊은 남자 주인공의 모습은 어쩐지 이제는 뻔하다. 게다가 이들의 사랑을 시험할 ‘정적’의 존재도 원작에 비해 약해져 극성의 약화를 가져왔다.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주인공은 판타지의 주인공은 되지만 극의 긴장감은 도리어 낮추는 것이다.
‘내남결’ ‘눈여’ ‘선업튀’로 이어온 ‘여성향 판타지 서사’는 ‘새벽 2시의 신데렐라’에 이르러 그 정점에 이른다. 어떤 시청자의 경우에는 윤서 역 신현빈의 처지가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다. 남친 엄마의 돈도 받은 데다, 사랑도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타지의 충족과 완성도의 충전은 별개다. 이 부분이 이 작품이 TV 방송에서 0%대 시청률 부침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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