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안 온 국회 개원식···여야는 네 탓 공방, 정기국회도 협치 난망
국회가 2일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 속에 22대 국회 개원식을 열었다. 역대 가장 늦은 데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유일하게 대통령 연설이 없는 개원식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국민 무시”라고 반발했지만 여당은 “민주당이 대통령을 비난할 수 있느냐”며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정기국회에서도 여야 협치는 난망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는 이날 22대 국회 개원식 겸 올해 정기국회 개회식을 개최했다. 개원식은 지난 7월 윤 대통령이 야당의 대통령 탄핵 청원 관련 청문회에 반발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계속 미뤄져왔다. 개원식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돌았다. 결국 정기국회 이후로 개원식을 미룰 수는 없다는 우원식 국회의장 판단에 따라 정기국회 개회식에 맞춰 개원식을 열게 됐다.
이전까지 가장 늦은 개원식은 제헌절 전날인 21대 국회 때의 7월16일이었다. 이번에는 그보다 47일 더 늦어졌다.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5월30일을 기준으로 하면 95일 만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모든 국회 개원식에는 대통령이 개원 연설을 했지만 이날은 우 의장의 개원사만 있었다. 우 의장은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뒤늦은 개원식을 한다.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모처럼 여야 당대표 회담도 있었고 (윤석열) 대통령도 (개원식 행사에) 참석했으면 국민들이 보기에 좋았을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를 향해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 국정운영 성과를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원식에 불참하고 야당 주도로 처리한 법안들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우 의장은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 “현장의 악화 속도가 빠른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현장 속으로 들어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국민연금에 대해선 “21대 국회 합의된 부분부터 논의하자”고 했다. 국회에 법안심사권과 예산심의권을 부여한 기후특위를 설치하자고 하는 등 정부보다 국회에 무게를 두는 제안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우 의장은 2026년 지방선거 전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개헌을 추진하자고 윤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불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국회 정상화를 주장하는데 정상화해야 할 것은 대통령 자신”이라고 말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통령 불참은) 명백히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최고위에서 “대통령 포기 선언”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친윤석열계인 김민전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민주당은) 다양한 탄핵 시위에서 (대통령에게) 조기에 자진 사퇴하라고 주장했고, 전현희 최고위원은 ‘김건희 살인마’를 다짜고짜 외쳤다”며 “행정부로부터 존중받고 싶다면 존중받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2월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극한 대치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여야가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 일부 민생 법안을 합의처리하고 지난 1일 당대표 회담을 열었지만, 앞으로는 갈등에 다시 불을 붙일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야당이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을 두고 추진 중인 ‘2특검·4국정조사’가 대표적이다. 야당은 오는 10월 열리는 정권 3년차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추석 연휴가 고비라는 의료 공백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1심 선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 여권에 잠재된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등이 협치를 어렵게 할 요소로 꼽힌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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