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사망 후 가자지구 휴전 협상 어떻게 되나…중재국 ‘최후통첩’ 효과 있을까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인 인질 6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수개월째 이어온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다시 전환점을 맞았다. 협상 중재국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마지막 압박을 가하리라는 전언이 나오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국 여론을 따라 협상에 임할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가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관한 최종안을 이스라엘과 하마스에게 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한 협상 중재국들이 ‘수락하든 말든’을 감수하고 양측에 던질 협상안을 논의해왔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양측이 이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협상은 끝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질 6명이 사망한 채 발견되기 전에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는 최종 제안을 준비 중이었다며 “협상을 계속할 수는 없다. 이 과정은 언젠가는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일종의 ‘최후통첩’에 대해 “그게 협상을 깨뜨릴까? 아니다. 오히려 마무리 단계에 더 압박을 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향후 48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협상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압박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기존의 협상 조건을 고수할지가 관건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과 넷자림 회랑에서 철군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이 조건을 둘러싸고 가장 크게 맞부딪혔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고령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를 석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인 인질 6명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땅굴에서 숨진 채 발견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인질 사망을 계기로 이스라엘에선 휴전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만든 네타냐후 총리의 책임론이 터져 나왔다. 이스라엘 인질과 교환할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는 전언에 비춰보면, 협상이 타결됐더라면 인질들이 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지난해 11월 말 일주일 동안의 전투 중지 기간에 인질 105명을 석방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이 해당 땅굴에 도착했을 때 인질들이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점 역시 네타냐후 총리에게 불리한 정황이다. 그가 밀어붙여온 군사 작전이 인질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증명한 셈이기 때문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부검 결과 이들은 발견되기 하루 이틀 전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마스에 살해되거나 붙잡힌 인질의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보다 정치적 생존을 우선시한다며 들고 일어났다. 지난 1일 이스라엘 전역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한 시위가 열려 정부를 규탄했으며 총파업이 벌어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쟁이 발발한 이후 최대 규모 시위로 꼽힌다.
이제 하마스는 국내적 반발에 처한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태도를 바꿀지 여부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데니스 로스 전 미국 중동특별조정관은 “하마스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자신의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 지금으로서 그는 총파업이 네타냐후의 입장 완화로 이어질지 볼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다만 현시점에 인질을 처형한 것은 협상에서 하마스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마스 고위 간부 칼릴 알하야는 인질 사망은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태도 탓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우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제시한 안을 수락했으나 네타냐후는 회피했다. 그 이후 필라델피 회랑, 넷자림 회랑에 머물기를 고집하는 등 몇 가지 새로운 조건을 내놨다”며 “우리는 네타냐후의 새 조건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협상 사안이었던 인질의 수 자체가 줄어든 점 역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가자지구에는 하마스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끌고 간 251명 중 97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은 이 가운데 최소 33명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WP는 복수의 미국 측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인질 추가 사망으로 인해 협상이 더욱 복잡해졌고 특정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인질을 교환하려던 논의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생존한 인질이 줄어들수록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압박을 덜 느끼리란 평가도 나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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