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2년 만에…1100억 들인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

허윤희 기자 2024. 9. 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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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1100억원을 들여 만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가 철거된다.

이에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정책위원은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그동안 세운상가 재생프로그램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은 점 또한 보행 이용자가 줄어든 이유"라며 "세운상가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공중보행로를 개통 2년 정도밖에 안 된 상황에서 철거하는 이 자체가 세금 낭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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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쪽 광장에서 보는 세운상가 전경.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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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1100억원을 들여 만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가 철거된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에 관한 주민 공청회와 시의회 의견청취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삼풍상가 등 7개 상가의 3층을 연결하는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박 전 시장 때 낡은 세운상가를 보존하기 위해 예산 1109억원을 들여 2016년 착공해 2022년 7월 완전 개통됐다.

세운상가는 1967년부터 1972년까지 지어진 종로3가와 퇴계로 3가 사이를 잇는 주상복합상가 건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1970~80년대 국내 최초의 종합전자상가로 전자상품 유통의 중심지로 불렸던 곳이다.

서울시는 주민 의견 수렴 등을 반영해 내년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중보행로 1㎞ 구간 가운데 삼풍상가와 호텔피제이(PJ) 사이에 있는 보행교(250m)가 우선 철거된다. 서울시는 “나머지 750m 구간은 보행로가 상가건물에 조성돼 있어 바로 철거하기 어렵다”며 “나중에 세운상가를 허물 때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세운상가 상인들이 공중보행로 누수 문제 등 민원을 계속 제기해왔다”며 “게다가 지난 8월 공중보행로의 이용자가 당초 계획보다 적고 세운상가 재생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보고서 결과가 나와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개통 후 1년간 공중보행로 총보행량(3층)이 예측량 10만5440명의 11%(1만1731명)로 나타났다.

이에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정책위원은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그동안 세운상가 재생프로그램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은 점 또한 보행 이용자가 줄어든 이유”라며 “세운상가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공중보행로를 개통 2년 정도밖에 안 된 상황에서 철거하는 이 자체가 세금 낭비”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세운지구 일대를 최고 높이 200m 내외로 고밀·복합 개발해 연면적 100만㎡ 이상의 업무·상업 인프라와 1만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세운상가 건물은 허물고 그 자리에 종묘부터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 축을 만들 계획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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