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을 바꾸면 가치도 오를까…브랜드에 '예술' 입혔더니
프리미엄 이미지·희소가치 부여
유통업계가 아티스트와 손잡고 예술과 브랜드를 접목한 '아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이 단순히 상품의 품질이나 가격, 디자인만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와 이미지, 방향성을 구매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움직임이다. 브랜드가 제시하고자 하는 비전과 가치를 예술작품을 통해 구현, 예술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의 호감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132억 그림 입은 와인·디자인 전시 여는 MCM
2일 롯데백화점과 금양인터내셔날은 프리미엄 와인 '돈 멜초(Don Melchor)'에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재현한 '돈 멜초×김환기 2021 우주' 한정판을 출시했다. 이 와인의 라벨과 포장에는 김 작가의 작품 'Universe 5-IV-71 #200'이 재현돼 있다. 해당 작품은 지난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역사상 최고가인 132억원에 낙찰됐다.
겉만 번지르르한 건 아니다. 금양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돈 멜초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100점 만점에 99점을 획득한 와인이다. 남미 최대 와이너리 '콘 차이 토로'의 프리미엄 라인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와인을 선보이기 위해 김환기 재단·콘 차이 토로 그룹과 약 1년여 의 협의를 걸쳐 제품화에 성공했다. 잠실점 1층 롤렉스, 루이비통 등 명품 매장 사이에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와인 구매는 물론 작품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 MCM은 오는 3일부터 10월 6일까지 서울 청담동 MCM하우스에서 'MCM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 전시를 진행한다. 이날 사빈 브루너 MCM GBCO(Global Brand Commercial Officer)와 아뜰리에 비아게티의 알베르토 비아게티, 로라 발다사리가 참석하는 프리 오프닝 행사를 열었다.
MCM은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디자인 전시회 '살로네 델 모빌레'에서 해당 전시를 선보였다. 이번엔 서울에서 열리는 프리즈위크를 맞아 다시 한 번 선보인다. MCM은 MCM하우스를 '우주' 콘셉트로 설정하고 각 층에 7개의 모듈식 가구를 배치했다.
소파에 배치된 쿠션이 여행용 목베개로 변한다. 원하는대로 조합해 스툴과 의자, 테이블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큐브 형태의 가구 등 '입을 수 있는 집'이라는 주제로 디지털 노마드의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하는 데 방점을 뒀다. 가방이나 가구 등을 단순히 패션 아이템으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을 확장시킬 수 있는 도구로 보고 작업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MCM은 지난해 9월에도 MCM하우스에서 디자이너 '잉카 일로리'와 협업한 아트 전시를 연 바 있다.
아트 없인 안 돼
유통업계가 '아트'에 눈을 돌린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더 아트풀 현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백화점과 아울렛에서 다양한 아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더현대 대구에서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을 전시했다. 판교점에서도 아담 핸들러의 회화 신작을 소개했다. 무역센터점에선 이우환, 김환기, 박서보, 김병종 등 한국 미술 거장과 이완, 류지안, 강준영, 쿠사마 야요이, 조지 콘도 등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슈퍼컬렉터전'을 열고 있다.
신세계도 오는 5일부터 청담동 분더샵 지하 1층 신세계갤러리에서 미국 작가 스털링 루비의 개인전을 연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압구정 명품관과 광교점, 타임월드점 등에서 유명 팝 아티스트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 등을 전시하는 갤러리아 아트 위크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스타벅스는 지난 1월 '도도새 작가'로 잘 알려진 김선우 작가와 손잡고 '아트 콜라보 한정판'을 선보였고 6월에도 청신 작가와 MD 시리즈를 내놨다. 7월엔 반려동식물을 주제로 '반려당함전'을 진행했다.
석촌호수를 '러버덕 호수'로 만들었던 롯데물산은 이번엔 '랍스터 호수'에 도전한다. 이달 26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영국 팝 아티스트 필립 콜버트의 작품인 '플로팅 랍스터 킹'을 석촌호수에 띄우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야외 잔디 광장에도 대형 풍선 작품들을 선보인다.
브랜드에 아트 끼얹었더니
아트마케팅의 중심엔 '아트슈머'가 있다. 아트슈머란 예술과 소비자를 합친 말로, 소비를 통해 미학적 경험과 문화적 만족감을 채우고자 하는 이들을 말한다. 아트마케팅은 소비자에게 감성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익숙한 물건이더라도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하면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매출도 늘어난다.
'아트슈머'들이 대체로 소득·소비수준이 높은 중산층 이상이라는 점도 기업이 아트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 중 하나다. 명화를 입힌 한정판 제품이나 디자이너와의 콜라보 제품은 같은 품질의 일반 제품보다 다소 높은 가격을 책정하더라도 구매하는 '큰 손'이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에 3000병 한정으로 판매된 '돈 멜초×김환기' 와인은 기존 돈 멜초 와인보다 10만원 이상 비싼 35만원에 판매 중이지만 VIP 사전물량이 완판됐다.
기업이 브랜드에 주입하고 싶은 스토리와 가치를 쉽게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싶은 명품 브랜드들이 현대미술 작가와 손잡고 파격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거나, 신생 브랜드가 고전예술을 입힌 제품을 내놓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길고 장황한 설명보다 한 번의 협업이 제품의 가치를 더 잘 드러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개선하기 위해 '고급 문화'라는 인식이 있는 현대미술·디자이너 협업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프리미엄과 희소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들이 아트 마케팅을 통해 자연스럽게 원하는 이미지를 브랜드에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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