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유럽 문화 들여다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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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를 읽어보겠다는 사람에게 '전쟁과 평화'를 먼저 권하기는 어렵다.
2500쪽 분량이 말해주듯이 웬만한 독자들은 이 책을 펼쳐 볼 엄두조차 내기 어려울뿐더러 다른 고전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장 드라마적 요소도 별로 없다.
더구나 나폴레옹과 러시아군 총사령관 쿠투조프를 비롯한 실존 인물이 대거 등장하고 철저한 자료 수집을 기반으로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 전쟁을 배경으로 다뤘기 때문에 소설이라기보다는 전쟁 기록물에 가까운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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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를 읽어보겠다는 사람에게 ‘전쟁과 평화’를 먼저 권하기는 어렵다. 2500쪽 분량이 말해주듯이 웬만한 독자들은 이 책을 펼쳐 볼 엄두조차 내기 어려울뿐더러 다른 고전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장 드라마적 요소도 별로 없다.
더구나 나폴레옹과 러시아군 총사령관 쿠투조프를 비롯한 실존 인물이 대거 등장하고 철저한 자료 수집을 기반으로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 전쟁을 배경으로 다뤘기 때문에 소설이라기보다는 전쟁 기록물에 가까운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이 소설은 크게 네 갈래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이 임박한 러시아 사회 일상, 둘째 전쟁이 개시되고 휴전될 때까지 러시아 사회의 시련과 귀족 사회의 일상, 셋째 이 소설의 주요 근간인 모스크바 함락과 러시아 민족의 투쟁, 마지막으로 러시아 침략에 실패한 나폴레옹 군대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주요 골자만 살펴보더라도 ‘전쟁과 평화’는 하나의 소설이라기보다는 1805년에서 1820년까지 러시아의 생애라고 봐도 부족함이 없다.
내가 고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대인은 알기 어려운 옛 풍습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당대 풍습과 가치관을 반영하기 때문에 고전 소설 속 일상에서 드러나는 옛 이야기는 생동감이 넘친다.
‘전쟁과 평화’에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면 굉장히 유식하다는 칭찬을 받을 만한 19세기 당시 유럽 사회의 재미난 문화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우선 책의 물성에 관심이 많은 나는 19세기 때만 해도 책을 제본할 때 오늘날처럼 낱장이 아닌 전지가 접힌 방식을 적용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러니까 당시 독자들은 책을 읽자면 가위나 칼로 일일이 페이지 사이를 잘라야 했다는 말이 되겠다.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략했을 때 러시아 사신과 회담할 때의 일화도 흥미롭다. 나폴레옹은 적군인 러시아 사신의 귀를 잡아당겼는데 주석을 읽어보니 당시 프랑스에서는 황제가 신하의 귀를 잡아당기는 것이 최고 예우였다고 한다.
러시아 귀족 사회는 영국이나 프랑스 문화를 경외했고일상생활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은 러시아 귀족일지라도 프랑스어가 외국어인 만큼 완전히 숙달하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전쟁과 평화’를 읽다 보니 러시아 귀족 사교계는자기들끼리 프랑스어로만 대화를 주고받기로 약속하고 만약 실수로 러시아어를 쓰는 경우 모금 위원에게 벌금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교수 기법이나 기자재가 눈부시게 발달한 현재나 200년 전이나 외국어를 습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약간의 상벌을 부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나타샤가 병에 걸렸을 때의 에피소드 또한 독자들에게 역사 속 흥미진진한 문화를 알려준다. 나타샤를 치료한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으면 다시 노래하면서 뛰어놀게 될 것이라는 소견을 말하자 나타샤의 어머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여러 번 침을 뱉었다.
이 이상한 행동은 19세기 러시아 사회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 당시 러시아 사람들은 타인이 자기 자식에 대한 찬사나 칭찬을 하면 불행을 부른다고 믿고 있었다. 나타샤 어머니는 자식에게 닥칠 수 있는 불행을 방지하기 위해서 액땜 차원에서 침을 뱉는 것이다.
박균호 교사,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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