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 어우러진 韓 서울, 국제예술도시로 잠재력 커”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9. 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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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계 인사 20여명
북한산 진관사 사찰 체험
600년 국가무형문화유산
‘국행 수륙재’ 등 관람하며
오랜 역사 문화예술에 감탄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개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미술계 인사들이 지난 1일 서울 은평구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진관사를 둘러보고 있다. 이들은 600년 역사의 ‘국행 수륙재’(국가무형문화유산) 등 한국의 불교 문화예술을 체험했다. 김호영 기자
지난 1일 서울 북한산 자락의 천년 고찰 진관사. 49일간 진행되는 600년 역사의 불교 연등회 ‘국행수륙재’(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 첫날인 이날 카롤린 부르주아 피노 컬렉션 수석 큐레이터, 마르셀로 단타스 멕시코 SFER IK 뮤지엄 아트 디렉터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미술계 인사 20여 명은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사찰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을 맞은 본엄 스님은 “고려 현종이 지은 진관사는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왕실 사찰로 사용됐던 천년고찰”이라며 “수륙재는 모든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교의례로 조선시대부터 내려져 왔다”고 설명했다.

홍제루를 지나 대웅전으로 향하는 안뜰 나가원에 들어서자 외국 인사들은 연신 감탄을 했다. 본엄 스님은 “이 공간은 절에서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곳”이라며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은 왕이 걷는 길이다. 여러분도 왕처럼 이 길을 걸어보시라”고 말했다. 한국의 전통 기와로 이뤄진 사찰을 둘러본 미국의 현대미술 작가 제리 고고시안은 “인도에서도 불교 사찰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곳에 와보니 한국의 문화예술과 불교가 만난 한국의 사찰은 인도 사찰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어서 놀랐다”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서울은 환상적인 예술 도시임에 틀림 없다”고 말했다.

이날 진관사 곳곳에서는 수륙재 의식이 한창이었다. 스님들이 영산작법(靈山作法)을 진행하는 주 전각에서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과 무용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킬레스 살타스 데모크래시 앤 컬처 파운데이션 설립자, 건축가 에이브 로저스, 글로벌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에이전시 ‘MDAC’를 설립한 마틴 당글장 샤티옹 대표 등 참가자들은 신도들과 함께 경의를 표했다. 2년 전에도 진관사를 찾았었다는 카롤린 부르주아 피노 컬렉션 수석 큐레이터는 “당시 사찰은 고요했는데 오늘 수륙재를 보니 완전히 새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부처에게 절을 올리는 장소에서는 삼배를 체험해보고 싶느냐는 스님의 질문에 모두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미술계 인사들은 지금은 대중에 공개되지 않는 색동 종이꽃 전시를 관람하기도 했다. 본엄 스님은 “절에서 치자, 소목 등 천연 재료로 한지를 직접 염색해 종이꽃을 만들어 부처님께 공양하고 있다. 오랜 시간 노하우가 쌓여 얼마 전 전시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사찰 안쪽의 칠성각에서 본엄 스님은 “본래 승려의 절로 사용됐던 장소로, 한국전쟁 이후 거의 파괴됐다가 2009년 칠성각 해체 복원 과정에서 일장기로 만든 태극기가 발견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태극기는 1919년 발행된 독립신문 등 20점과 함께 발견돼 2021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5분 간의 명상 체험을 마치고 나온 외국 손님들을 티타임으로 맞은 진관사 주지 스님인 법해 스님은 “세계 미술계에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계신 분들이 진관사를 찾아 주셔서 감사하다. 수륙재의 49일 중 첫 날에 와서 좋은 은총이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면서 그는 “불교는 옮김의 종교다. 슬픔이 있으면 기쁨으로 마음을 옮기고, 절망이 있으면 마음을 희망으로 옮겨 늘 마음에 행복을 품도록 하자”며 “주변 사람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마음이 행복감으로 가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을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은 이날 정현희 정진기언론문화재단 이사장의 초청으로 진관사를 찾았다. 스님들이 정성껏 준비한 사찰음식으로 발우공양을 하며 마무리된 이날 사찰 체험 이후 이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유영국 화백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PKM갤러리 등을 방문해 한국 현대미술을 두루 살펴봤다.

단타스 디렉터는 “최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 왔다. 오늘날 서울은 새로운 건축물, 예술을 위한 새로운 장소, 새로운 형태의 프로젝트, 그리고 매력적인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잠재력이 크다”며 “일례로 서울에 최근 문을 연 소리 박물관 ‘오디움’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박물관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는 4일 서울에서 열리는 피노 컬렉션전에 참여하는 작가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스터는 “양혜규 작가 작품을 비롯해 프리즈 서울 기간 한국에서 많은 현대미술 전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일에는 현대미술 기획사 ‘숨 프로젝트’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한 ‘제3회 숨 아트포럼’에서 현대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심도 있게 토론했다. 이지윤 숨 프로젝트 대표는 “한국 현대미술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세계 미술계 리더들과 함께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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