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논란에…"남자아이돌 성적묘사 '알페스'·'섹테'는 왜 놔둬?"

최우영 기자 2024. 9. 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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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멤버들의 어린 시절 동성 성폭력을 당한다는 내용의 알페스. 실제 멤버들의 미성년자 시절 사진과 함께 올라와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범람하는 딥페이크 영상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일부 목소리가 나온다. 오래 전부터 남성 아이돌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알페스'에 대한 처벌은 미온적인 데 반해 딥페이크 처벌에만 관심이 쏠린다는 불평이다. 다만 당분간은 알페스에 대해 딥페이크와 유사한 수준의 처벌이 이뤄지기 힘들 전망이다. 글·그림 창작물인 알페스와 영상물인 딥페이크의 본질이 다르기에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어렵다는 게 관련 기관의 견해다.
BTS 정국과 RM이 사랑에 빠진다?
알페스는 RPS(Real Person Slash)를 빠르게 발음한 단어다. 대개 아이돌 팬들이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가상 스토리 '팬픽'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주로 남성 아이돌을 대상으로 팬들이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웹툰처럼 그리는 게 많다.

문제는 이러한 알페스의 내용이 대부분 아이돌의 '성적 대상화'에 있고, 아이돌 멤버의 성적 취향과 상관 없이 '남성 간 동성애'로 스토리가 귀결되는 데 있다. 특히 수년 전부터 미성년자인 아이돌 멤버들을 알페스에 등장시키며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묘사하는 내용의 알페스가 일부 팬덤 사이에서 퍼지면서 문제가 됐다.

알페스의 역사는 짧지 않다. 1세대 아이돌인 H.O.T.나 젝스키스 멤버를 대상으로 한 알페스 팬픽들이 1990년대 PC통신 시절부터 나왔다. 알페스에 대한 여성 팬덤의 수요는 꾸준한 편이다. 2021년에는 BTS 소속사 HYBE(하이브)가 공개한 웹소설 예시에 BTS 멤버인 정국과 RM이 사랑에 빠지는 설정의 알페스식 콘텐츠가 포함돼 알페스를 반대하는 다수의 팬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했다.

'알페스 처벌법' 발의됐지만…회의적인 반응
2021년 1월 19일 오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페스' 제작자와 유포자를 처벌해달라는 수사의뢰서를 경찰에 제출했다./사진=김성진 기자
알페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2월 알페스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알페스 처벌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앞서 하 전 의원은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알페스 제작자와 유포자를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국회와 정부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실은 하 의원의 법안에 대해 "창작물인 글·그림(알페스)을 편집·가공물(딥페이크)과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당시 법무부도 "정합성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법사위 전문위원실과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여성가족부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에는 '글'이 포함이 안된다"며 "알페스가 글을 주된 도구로 삼고 있다면 아청법에서 규정된 성 착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다만 알페스와 함께 유통되는 '섹.테(섹스테이프)'는 딥페이크와 유사하게 현행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섹테'는 남성 아이돌의 목소리를 짜깁기해 마치 멤버 간 성행위 중 신음소리를 내는 듯한 연출이 가미된 음성 파일이다.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14조 2의 1항에서 규정하는 처벌 대상 영상물에는 '사람의 음성을 대상으로 한 음성물'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자'가 포함된다.
입법 미비한 국내와 달리 외국에선 민사상 피해 인정
BTS 멤버들 간의 동성애를 주제로 한 RPS 웹툰. /사진=핀인터레스트 캡처
국내에서 아직 알페스 처벌 여부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이를 범죄로 규정하는 추세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정치인이 아닌 인물에 대한 알페스는 대부분 음란물로 분류하고, 당사자 의사에 반해 이를 제작해 유포할 경우 민사소송 대상이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형사 처벌까지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외국의 팬픽 사이트 주의사항 중에는 'Freindship Only'를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암시하기만 해도 제작자에 더해 이를 유통한 플랫폼까지 천문학적 배상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알페스나 섹테 역시 딥페이크와 마찬가지로 텔레그램 등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는 해외 플랫폼을 통해 암암리에 유통되기에 처벌하려 해도 찾아내는 자체가 쉽지 않다"며 "일부 비뚤어진 팬덤에서는 알페스를 유료로 판매하며 수익까지 올리는 등 사실상 과거 'N번방'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어 단속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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