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우 "오스칼 환상 깰까 부담…마리앙트와네트 파트 더하고파"
프랑스 혁명 배경 만화가 원작
방대한 서사 축약…마리 비중 줄어
"재연, 삼연 갈수록 딴딴해 질 작품"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원작을 보고 자라 오스칼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같은 마음의 관객들이 많을텐데 잘못 표현하면 그분들의 환상을 깨는 건 아닐까 부담감이 많았죠."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오스칼 역을 연기하고 있는 김지우를 2일 서울 도곡동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만났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로 살아가야 했던 오스칼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프랑스 혁명 격변기에 피어난 비극적 사랑, 인간애를 담았다. 첫 연재 이후 누적 2000만 부 이상 판매된 고전으로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돼 골수팬이 많은 작품이다.
원작의 서사가 방대하다보니, 이를 150분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매끄럽게 설명이 될지가 특히 고민이었다고 했다.
김지우는 "앙드레와 오스칼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다 보면 방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잘라낸 측면이 있다"며 "간접적으로 장면 안에 녹아들게 만들었기에 배우 입장에서는 연기하기 어려웠지만 이렇게 표현하는 게 세련된 방법일 수 있겠다는 걸 새삼 느꼈다. 배우들이 중간 중간 끊긴 지점을 꼼꼼하게 채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지우는 창작 초연인 이 작품이 재연, 삼연을 거치면서 더 다듬어지면서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는 "노래와 연기가 조화로운 작품이라 재연, 삼연, 10주년으로 갈수록 '딴딴해 질 수 있는' 작품"이라며 "매니아층이 어마어마하게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후 공연에서 보강하고 싶은 부분으로는 원작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마리 앙트와네트와 페르젠의 파트를 꼽았다.
"마리 앙트와네트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장면이 '비밀결사'라는 넘버 뿐이라 그 부분이 이해가 잘 안 된다는 관객들의 반응이 있었어요. 만화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장면이 보충이 된다면 오스칼이 위병대로 가는 이유가 편안하게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이질적이지 않게 설명할지도 숙제였다.
김지우는 "처음에는 어떻게 접근할 지 고민이 많았지만 혁명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존재했으니 프랑스 혁명을 그리지만 대한민국의 얘기가 될 수도, 미국의 얘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영화 '1987'이나 '택시운전사'와도 (말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스칼은 여성으로 태어나 남성으로 길러졌고 군인이 된 인물이다. 김지우는 '남장 여자'를 연기함에 있어 어려운 점도 토로했다.
그는 "스커트를 입으면 패치코트 안 공간이 있으니 덜한데, 남성 제복이 그렇게 더운지 몰랐다"며 "군인이니 절도가 있어야 하는데 칼을 앞으로 뻗을 때 (여성 안무처럼)자꾸 골반이 빠져서 이 동작을 고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했다.
배역 특성 상 액션이 상당히 많다. 이에 대해서는 "공연을 할 때마다 배우들이 매일 한 시간 전 검술 액션을 맞추고 들어간다"며 "연습을 해도 사고가 날 수 있어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옥주현과 정유지가 연기하는 오스칼에 대해서도 평했다. 그는 "옥주현 오스칼은 굉장히 강하다고 생각한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와장창 무너지는 것 같이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며 "소년미가 사랑스러운 정유지 오스칼은 어린아이들이 아파할 때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고 봤다.
김지우는 2005년 말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서 20년 경력에 가까워져 간다. 그는 "방송 활동을 많이 하다가 '과연 내가 이 다음에 뭘 할 수 있지'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을 때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다"며 "'베르사유의 장미'는 욕심이 나는 작품이지만 자신이 없어서 도망을 다녔는데, 이 작품을 통해 모르고 지나갈 수 있었던 감정을 이번에 알게 됐다"고 했다.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10월13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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