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시켰더니 다회용기에 담겨 왔다…경기도 일회용품 제로특구 가보니[현장에서]

김태희 기자 2024. 9. 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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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0일 경기 광명사거리먹자골목에서 만난 신윤철씨가 다회용품 포장 바구니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태희기자

경기 광명사거리먹자골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신윤철씨(64)는 최근 매장 내 일회용 젓가락과 포장 용기, 일회용컵을 대부분 치웠다. 대신 식당 한쪽에는 스테인리스 그릇 등 ‘다회용품’을 쌓아뒀다.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신씨는 일회용품이 아닌 스테인리스 그릇에 음식을 담아 라이더에게 전달한다. 신씨의 식당이 있는 광명사거리먹자골목 내 식당 30여곳의 주방 풍경도 모두 비슷하다.

이처럼 광명사거리먹자골목에서는 일회용품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이 거리가 ‘경기도 일회용품 제로특구’로 지정된 이후 지난 8월부터 일어난 변화다.

신씨는 “손님들도 처음에는 당황해하시더니 일회용품 안 쓰는 거리로 지정돼서 이런 사업을 한다고 설명하면 모두 좋아하신다”면서 “적은 노력으로 탄소 중립에 이바지할 수 있으니 동참하는 상인들도 모두 뿌듯해한다”고 말했다.

신윤철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용하는 다회용품. 김태희기자

2일 경기도에 따르면 ‘일회용품 없는 특화지구’(일회용품 제로특구) 조성사업은 2026년까지 3년간 총 30억 원의 도비를 투입해 다회용기 기반 시설 구축하는 것이다. 광명(광명사거리먹자골목, 무의공 음식문화거리)을 포함해 부천(대학캠퍼스 일대), 안산(샘골로 먹자골목), 양평(양수용담지구, 세미원 일대) 등 4개 지역에 조성됐다.

이들 지역의 식당들은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한다. 사용된 다회용품은 별도의 수거 업체가 수거해 전문 세척과정을 거치고 다시 식당으로 배달된다. 세척부터 수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일회용컵 1개 기준 140원이다.

시행 초기인 만큼 아직 일부 식당에서는 일회용품과 다회용품이 혼용되고 있다. 다만 다회용품 이용에 동참하는 시민들에게는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경기도 차원에서 다회용기를 지원받는 식당에서도 배달 주문 때마다 쓰던 일회용품을 사지 않아도 돼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광명의 경우 경기도 공공배달앱인 배달특급을 통해 이용할 때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하면 총 8000원(첫 주문 5000원, 상시 3000원) 상당의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다. 카페에서 포장할 때 다회용컵을 이용하면 네이버포인트나 편의점 상품권 등으로 교환이 가능한 포인트를 제공한다.

광명 무의공 음식문화거리에 설치된 다회용컵 반납함. 광명시 제공

시민들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애초 예상보다 많은 이용률의 보인다. 광명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 당시 목표는 하루 평균 이용건수 70건을 확보하는 것이었는데 현재 평균 90건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배달앱을 통해 다회용품을 이용한 한 시민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다회용기임에도) 포장이 위생적이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사업을 통해 다회용품 정착을 위한 인프라를 지원해 다회용품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목적이다.

경기도는 음식점과 카페뿐만 아니라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골프장과 장례식장 등에도 다회용기 인프라를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서진석 경기도 자원순환과장은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활성화해서 도민들이 이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게 경기도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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