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골마을’ 양주시 남면 신산리, 도시재생사업 통해 부흥 꿈꾸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이 작은 동네는 금방 2개, 서점 2개, 다방 20개가량이 있을 정도로 번화했습니다.”
양주시 남면 신산리에서 20년 넘게 주민자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양형규 도시재생주민협의체 대표가 회상하는 옛 신산리의 모습이다.
덕정이나 파주 적성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로 번화했던 신산리는 예부터 행정, 상업, 교육, 문화 등 남면의 핵심 기능을 담당했던 마을이었다. 양주에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점차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산업 구조의 변화, 인구 감소, 낡은 주거환경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전형적인 도시 쇠퇴 현상을 겪고 있는 신산리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다시 한 번 부흥을 꿈꾸고 있다.
양주시는 남면 신산리를 변화시키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6월 신산리 일대를 중심으로 계획한 도시재생사업이 ‘경기 더 드림 재생사업’에 선정돼 도비 36억원 등 73억원을 들여 2025년부터 2028년까지 4년간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다.
도시재생사업이 변화시킬 신산리의 미래 모습을 살펴본다.
■ ‘신산놀음 프로젝트’로 머물고 싶은 신산 만든다
도시 재생은 인구 감소, 사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 지역자원 활용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사업이다.
남면 신산리 도시재생사업은 신산2·4리 지역을 대상으로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사업으로 주거환경 개선, 상권 활성화, 주민공동체 육성 등 세 가지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주시 남면 신산리는 2020년 양주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장기 미이행으로 2021년 해제됐다.
이에 시는 2022년부터 전액 자체 재원으로 양주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등 신산리의 도시재생을 위해 발 벗고 나섰고 주민들도 신산리 부흥을 위해 다양한 공모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양주시는 2019년부터 도시재생대학, 주민공청회, 설문조사, 심층 인터뷰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을 운영하며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냈다.
60년이 넘는 시간을 신산리 주민들과 함께한 군부대도 주민들이 그리는 미래 청사진에 빠지지 않는다. ‘민군 상생을 통한 더 신선한 변화, 신산놀음 프로젝트’ 도시재생 실행계획의 비전도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신산놀음은 아무런 걱정 없이 신산에서 놀이에 열중함을 이르는 말이다. 신산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오롯이 신산에서 즐기다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를 위해 맛있는 신산, 머물고 싶은 신산, 아름다운 신산, 따뜻한 신산 등 4대 목표를 중심으로 신산상권 활성화, 신산 문화거점 활성화, 신산 정주환경 개선, 신산 주민공동체 회복 등 4개의 추진전략을 담았다.
■ “높이자, 신산의 매력지수”…레저공간 ‘더(THE)노랑’ 만들어
먼저 신산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신산 상권의 매력지수를 높이는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공공디자인대학을 운영해 신산상권 중심 도로를 걷고 싶은 거리로 개선하고 지역 상인들과 함께 먹자골목축제를 개최해 신산리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또 실험사업으로 신산상권 내 빈 점포를 활용한 신산레시피연구소 두 곳을 운영, 신산에 와야만 먹을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는 등 다각적인 전략으로 침체된 상권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도시재생 거점 시설로는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실내 스포츠 레저공간인 가칭 ‘더(THE)노랑’을 조성해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더(THE)노랑에는 신산상권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원격 주문 시스템 ‘맛남의 광장’을 구현해 잔디광장 등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방문객들에게 음식배달 서비스도 제공한다.
사업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과 협업해 신산리 상권 내 PC방, 감악르네상스센터 내 스크린골프장 등 집객시설에서 실험 검증 단계를 거칠 예정이다.
또 정주환경 개선을 위해 어두운 마을 골목길을 안전하게 밝혀주는 개나리 조명을 설치하고 마을 골목길을 따라 공유형 정원을 조성해 신산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산책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한다.
조성된 골목 정원은 ‘가가호호 오픈정원 페스타’를 개최해 마을 대표 문화 이벤트로 지원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시는 주민 주도형 마을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도시재생사업 동안 현장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신산리 도시재생사업을 지원한다.
마을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전문가, 주민으로 구성된 타운매니지먼트 통합조직 출범을 지원하며 이 외에도 지속적인 마을 관리를 위한 주민연구단, 신산리와 연계한 관광코스를 연구·개발하는 리빙랩을 운영해 마을 사업에 요구되는 역량 있는 인적자원을 발굴할 예정이다.
차순범 도시재생과장은 도시재생으로 그리는 신산리의 미래 모습에 대해 “시는 신산리의 지역 매력도를 증대시키는 사업을 복합적으로 추진해 신산리를 사람들이 찾아오는 여가·레저 명소로 만들고 도시재생사업 종료 후에도 재생의 효과가 이어질 수 있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산리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 과장은 “이는 옥정·회천 등 신도시 개발사업의 영향으로 2023년 기준 인구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한 것에서 더 나아가 읍·면 지역인 서부권의 인구 증가를 위해 노력하는 민선 8기 인구 정책에도 긍정적인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 25사단, 서울우유와 상생협약 맺어…“미래 기대되는 곳”
시와 도시재생주민협의체는 도시재생 네트워크 구축과 사업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5, 6월 25사단 및 서울우유와 상생협약을 맺었다.
6월1일에는 도시재생사업 최초로 마을축제 ‘너랑나랑노랑’을 성황리에 마무리하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골목축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먹거리 부스 운영에 참여한 지역 상인들은 축제 때 관광객들이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자체 개발해 12개 부스 중 11개 부스가 완판되는 기적을 만들기도 했다.
원도심 쇠퇴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마을을 꿈꾸는 신산리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더드림 공모 현장심사에서 한 평가위원이 “실행되는 것을 지켜보고 싶고, 어떻게 될지가 기대되는 곳”이라고 평한 것에서 보듯 신산리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수현 시장은 “신산리는 저력 있는 주민들이 사는 곳이다. 양주시와 주민, 25사단, 지역기업 등 참여 주체 간 힘을 합친다면 작지만 기억에 남는 명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모두 힘을 합쳐 신산리를 변화시키고 부흥의 길로 이끌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조용한 시골마을 시끌벅적 마을축제로 활기
6월1일 올해 처음으로 열린 남면 도시재생사업 마을축제 ‘너랑나랑노랑’.
남면 주민축제운영위원회와 신산시장번영회가 주관한 축제는 마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됐다.
특히 마을과 고락을 함께해 온 25사단과 협업하고 서정대, 예원예술대 학생들이 참여해 민·관·군·학이 함께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됐다.
남면 브랜드 컬러인 개나리꽃 노란색이 온 마을을 뒤덮었고 흥겨운 공연과 버스킹이 늦은 저녁까지 끊이지 않아 마을을 들썩이게 했다.
축제에서는 주민들의 얼굴을 사진에 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록 전시회를 비롯해 스크린 니어 대회, 키즈카페를 활용한 다양한 가족단위 프로그램, 남면 옐로푸드 레시피 체험, 보물찾기, 릴스체험, 요가체험, 타로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행사에 참여한 남녀노소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줬다.
남면 주민축제운영위원회 양형규 위원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지역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화합해 신산리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축제가 매년 개최될 수 있도록 위원회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 major0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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