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드론 공격받은 러, 하르키우 공습···“47명 부상”

김희진 기자 2024. 9. 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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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의 한 쇼핑몰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EPA연합뉴스.

국경지대에서 치열한 교전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일(현지시간) 드론(무인기)과 미사일을 이용해 거센 공격을 주고받았다. 전황이 격화할수록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게 해달라고 서방 국가에 촉구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이를 의식한 듯 서방이 긴장을 높일 경우 핵무기 사용 원칙을 개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최대규모’ 드론 공격 몇 시간 만에…하르키우에 미사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의 쇼핑몰과 스포츠 경기장, 우체국 등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과 유도폭탄 공격을 받았다. 인구 130만 명인 하르키우에는 이날 최소 10차례 폭발이 강타했다. 공습 현장에는 깨진 유리와 파편이 바닥에 흩어져 있고 시민들은 안전을 위해 지하철역으로 대피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 5명을 포함해 최소 4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구조대원들이 도시 전역의 여러 폭발 현장으로 향했으며, 사상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당국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공격 이후 텔레그램에서 “테러를 막기 위해 전 세계의 모든 필요한 세력을 투입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하는 데 필요한 것을 제공할 (서방 국가) 지도자들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의 공격 속에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구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발전소와 정유공장 등을 겨냥해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가한 뒤 몇 시간 만에 벌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2022년 전쟁이 시작된 후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꼽힌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군의 자원 공급 능력을 약화하고, 전쟁 자금으로 활용되는 에너지 수입을 차단하고자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을 반복해 공격해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모스크바의 정유공장과 트베리 지역 에너지 시설 등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쿠르스크, 브랸스크, 보로네시, 벨고로드 지역도 드론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밤새 15개 지역에 걸쳐 우크라이나의 드론 158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핵 교리 바꾼다···서방 도발 때문” 러시아 으름장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타스 연합뉴스.

이날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이 긴장을 고조하는 것에 대응해 핵무기 사용에 관한 교리를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국영 타스 통신에 “작업은 진전된 단계에 있으며 개정하려는 분명한 의지가 있다”며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서방 적대 세력의 긴장 고조 과정과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20년 대통령령 형식으로 제시한 러시아 핵 교리는 ‘러시아가 적의 핵 공격을 받거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공격이 있으면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최근 들어 일부 강경한 러시아 군사 분석가들은 ‘서방의 적’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춰야한다고 촉구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교리는 살아있는 것이며 우리는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시하고 있다”며 “교리 수정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로이터는 이번 랴브코프 차관의 발언을 두고 핵 교리 개정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가장 분명한 진술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랴브코프 차관은 핵 교리 개정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국가 안보의 가장 중요한 측면에 대해 논의하고 있기에 완료 시점은 (답하기) 다소 어려운 질문”이라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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