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충암파? 400명 장군 중에 고작 4명...군 분열 조장”
‘채 상병’ 관련 대통령실 전화번호
사용자는 보안 이유로 안 밝혀
계엄령 준비 의혹엔 “정치 선동”
‘입틀막’ 경호 비판엔 “매뉴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관련 수사 당사자들이 받은 대통령실 전화번호를 누가 사용했는지에 대해 “국가보안”이라며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는 군 요직에 충암고 출신 장군이 포진했다는 비판에는 “400명에 가까운 장군 중에서 (충암고 출신) 4명을 가지고 ‘충암파’ 하는 것은 군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국방위원회에서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 정보기관인 국군방첩사령부(옛 기무사령부)의 여인형 사령관, 대북 정보부대 777사령부의 박종선 사령관 등이 충암고 출신임을 거론하며 “군이 후보자를 중심으로 사조직이 되어 버린다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후보자는 대통령과 인연에 대해 “고등학교 때부터 맺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400명에 가까운 장군 중에서 4명을 가지고 ‘충암파’하는 것은 군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이어 “과거에도 (국방)장관과 방첩사령관이 같은 고등학교인 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장군 숫자는 370여명이다. 김 후보자는 또 방첩사령관은 군 수뇌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방첩사령관을 가지고 ‘충암파’니 ‘하나회’이니 하는 말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여야는 충암파 논란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서울고 출신 장성이 5명, 진주고 5명, 춘천고 5명 등이 있다”며 “한 학교에 장성이 집중돼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군 권력의)핵심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령관이 같은 학교 출신이었다”며 재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관련 수사 당사자들이 전화를 받은 번호 ‘02-800-7070’를 누가 사용했느냐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확인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세계 어느 나라든 대통령실의 전화번호는 다 국가보안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당 번호의 명의는 대통령경호처로 확인됐지만 누가 사용한 번호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은 한 언론에 게재된 김 후보자의 소개글에 ‘02-800-5002’ 번호가 공개돼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조 의원은 “해당 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경호처장실’이라고 답을 했다”며 “그런데 왜 ‘02-800-7070’이 국가기밀이라는 얘기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계엄 선포 의혹도 이슈가 됐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최근 수방사령관(수도방위사령관)과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렀느냐. 계엄 얘기는 안 했느냐”며 계엄령 준비 의혹을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청문회는 정치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여당 의원들은 계엄령 의혹 제기에 반발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계엄령이 발령돼도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가 안된다고 하면 끝나는데, 계속 계엄령 얘기 하는 것을 보면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 관저를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한 것과 관련해 위법성이 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청와대 이전비용 496억원을 문재인 정부가 승인을 해 줬다. 승인을 해주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경호처장으로 근무할 당시 ‘입틀막(입을 틀어막은) 경호’ 논란에 대해 “매뉴얼에 의해 합당한 조치를 한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경호처의 매뉴얼과 동일하다며 “이중적 잣대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입틀막 경호는 지난 2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윤 대통령에게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관련 항의를 한 졸업생을 강제 퇴장시킨 사례 등을 일컫는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즉·강·끝 원칙’을 언급했다. “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한다”는 뜻을 담은 구호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 겸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10월 국방 장관 취임 때 내놓은 것이다. 신 장관의 대북 대응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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