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드래프트를 앞둔 중앙고 김원우의 경우와 고교 3학년 야구선수 부모의 마음 [홍윤표의 휘뚜루마뚜루]
“무엇이든 자기가 ‘베스트’라는 확신이 들 만큼 열심히 하면 기회는 언젠가 오게 되어 있다. 운도 내 편이 된다.”
이보다 더한 격려가 있을까. 중앙고 3학년 유격수 김원우(17) 어머니의 카톡에는 아들의 야구 사진으로 온통 도배해놓았고, 격문(檄文)으로 가득 차 있다.
‘모성의 절규’ 같은, “할 수 있어, 유캔두잇.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영웅”이라는 아들을 부축하는 글귀도 눈에 띈다. 김원우의 아버지도 그에 못지않다. 카톡 대문에 올려놓은 글러브를 낀 아들의 검게 그을리고 굳센 팔뚝 사진과 동영상이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특정 선수를 예로 들었지만, 비단 김원우의 부모뿐만 아니라 고교 3학년 야구선수를 둔 여느 부모도 마찬가지 심정일 터. 바로 9월 11일에 2025년 KBO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짧게는 7, 8년, 길게는 10여 년 동안 애오라지 글러브를 끼고 배트를 쥐었던 선수들의 진로가 결판나는 시간이 야금야금 다가오고 있다. 모쪼록 아들이 선택받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그만큼 간절한 시간이다. 야구선수라면, 누구라도 꿈꿔왔던 길, 프로선수가 되기 위한 그네들의 노력이 인정을 받아 바야흐로 ‘부름’ 받는 시간이 온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은 그들이 선택할 수는 없다. 이른바 메이저리그급이니 특A급이니 하는 선수들이야 느긋하겠지만 대부분은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더욱이 선택의 경계선에 서 있는 선수들 부모의 마음은 더욱 애가 탈 노릇이다.
김원우 같은 경우가 바로 그렇다. 그의 어머니 카톡에 새겨놓은, 야구 시작 ‘D+3433’(9월 2일 현재)에 담긴 인고의 세월이 후련하게 ‘보상’ 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서울 영동중을 나온 김원우는 서울고에서 지난해 중앙고로 옮겨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고 올해 봉황대기대회에서 팀이 15년 만에 8강에 오르는 데 힘을 보탰다.
지난해 17경기에 나가 타율 2할 5푼(52타수 13안타)을 기록했던 그는 올해 22경기에 출장, 2할 8푼 6리(77타수 22안타)로 부쩍 향상된 기량을 보였다. 그의 기록에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바로 도루다. 지난해 4도루에 그쳤던 김원우는 올해 29도루를 기록했다. 그는 100m를 11초 9에 주파할 정도로 발이 빠르고 올해 전반기 주말 리그 서울 C 권역에서 도루상도 받았다.
수도권 구단의 한 스카우트가 김원우에 대해 “송구 정확성 등 수비가 안정감이 있다. 도루 능력도 있어 보인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으나 프로의 지명을 확신할 수는 없다.
올해 KBO 신인 드래프트 신청자는 모두 1197명이다. 그 가운데 고교선수는 840명. 전체 숫자가 지난해(1083명이 신청, 110명 지명)보다 100명 이상 늘어났다. 해마다 지명률이 10% 안팎에 그쳤던 점을 고려한다면 열 명 중 아홉 명은 어쩔 수 없이 진로를 틀어야 한다.
김원우 역시 프로 구단 지명을 간절히 바라고 있으나 여의치 않으면 대학 진학이라는 ‘우회도로’를 택할 작정이다. 그의 롤 모델은 KIA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다. 사실 김원우 같은 유형의 선수들은 구단이 길게 내다보고 지명할 자원이다.
10개 구단 스카우트의 예리한 일차 검증의 눈을 통과, 프로에 지명을 받아도 그 길은 멀고 험하다. 박찬호(29)가 주전 유격수로 온전히 자리 잡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고, 올해 도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의 조수행(31) 같은 준족도 대학 졸업(2016년) 후 이제야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당장 드러난 성적보다 장래성 발전 가능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으나 누구도 성공을 보장하거나 장담할 수 없는 게 프로의 세계다.
올해 KBO리그는 1982년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9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그 무대를 향해 꿈을 키워가고 있는 젊은이들은 해마다 넘쳐난다. ‘프로’의 이름은 여전히 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글.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 김원우 부모 제공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