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전, 깜깜이 정전 재난 문자·비상 발령 기준 손본다
지난해 정전 건수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0건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전력공사가 국지성 대규모 정전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전은 정전 재난 문자의 발송 기준을 기존 지장 전력 120㎿에서 65㎿로 낮추고 본사·지역본부의 정전 비상 발령 기준을 신설하기로 했다.
2일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국지성 대규모 정전 시 비상 대응 체계 구축 TF’ 신설했다. 정전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국지성 정전에 대한 본사 차원의 비상 기준이 없었고 상황 전파 기능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2019년 641건이었던 정전은 2020년 649건, 2021년 735건, 2022년 933건, 2023년 1045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한전은 우선 대규모 정전 시에 발송하는 정전 재난 문자의 발송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정전으로 인한 지장 전력이 120㎿를 넘어야 문자를 발송할 수 있는데, 이 기준이 과도하게 높다고 본 것이다. 한전의 전국 변전소 726개소(변환소 제외) 중 지장 전력이 120㎿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전소는 8.1%(59개소)에 불과하다.
실제 작년 12월 6일 울산에서 정전이 발생해 15만5000가구에 11분간 전력 공급이 끊겼으나 지장 전력이 85㎿라 재난 문자가 발송되지 않았다. 당시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교통 혼잡이 발생했고 일부 병원은 의료기기가 멈춰 운영이 중단됐다.
한전은 앞으로 지장 전력이 65㎿(동시 정전 3만3000가구)로 5분 이상 정전이 발생하면 재난 문자를 발송하기로 했다. 정전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클 수 있는 서울 및 6개 광역시는 재난 문자 발송 기준을 ‘지장 전력 52㎿ 이상, 5분 이상 정전’으로 더 낮춘다. 기준을 완화하면 재난 문자 발송 대상 변전소는 333개소(46%)로 늘어난다.

한전은 본사와 본부 단위의 비상 발령 기준도 신설하기로 했다. 한전은 그간 지장 전력 500㎿ 수준에서 30분 이상 발생하는 정전을 재난으로 간주하고 비상 발령을 내렸으나 작년에 울산에서 정전이 발생했을 때 비상 대응 체계 가동 기준이 없어 상황 판단이 어려웠고 관리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단계는 크게 백색, 청색, 적색으로 나뉜다.
한전은 정전사고 시 지상 전력과 정전 가구, 복구 시간 등을 자동으로 산출하는 ‘대규모 정전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 정전고장관리시스템, 배전망 관리시스템(ADMS), 영배정보시스템(SDIS) 등을 한데 묶는 차세대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얻어지는 각종 통계와 데이터는 사태 초기 비상상황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그간 대규모 정전에 대해서는 재난 계획이 수립됐지만, 국지성 정전에 대한 체계는 없었다”며 “12월까지 TF를 운영하면서 나온 방안을 기반으로 산업부, 행정안전부 등과 논의해 국지성 대규모 정전에 대한 대응 체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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